기온이 올라가면서 벌써부터 대기질이 걱정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생활불편을 겪고 있는데 악취까지 겹치면 올 여름나기가 수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화강 수질개선에 성공하면서 생태도시라는 이름을 얻은 울산이지만 공단 특유의 악취공해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해에 악취민원이 600건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악취로 인한 고통이 특히 심각했다. 울산 전역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시민들의 신고가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출원을 찾지 못했다. 석유화학공단을 대상으로 합동단속에도 나서고 의심사업장을 중심으로 시료를 채취해 울산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기준치를 초과배출한 업체는 없었다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다.

악취와의 전쟁은 올 여름에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에서 배출되는 악취가 미세먼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단지역에서 나는 냄새는 분명 인체에 유해한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 오염물질이 바로 울산지역 미세먼지 속에서 유독 높게 나타나는 독성물질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악취관리가 곧 미세먼지 관리인 셈이다.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도시다. 아황산가스(SOx) 배출량이 전국 총량의 14%,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대기 중 벤젠, 톨루엔 등 발암물질이 전국 평균에 비해 6~16배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해 악취배출업소 단속에서는 307개사 중 28개사만 걸렸다. 그것도 절반 이상이 개선명령(16개사)에 그칠만큼 미미한 위반이다. 개선권고 6건, 조치명령 5건, 과태료 1건에 그쳤다.

울산시가 여름을 앞두고 악취예방관리에 나섰다. 28일 유관기관 회의를 연데 이어 기업체 환경기술인 월례회에도 참석해 악취저감 종합대책을 설명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시와 5개 구·군에 종합상황실도 설치운영한다. 악취측정 모니터링 장비를 추가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미덥지가 않다. 십수년째 강력단속을 외쳤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차원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울산시는 2007년 5월29일 환경부에 동남권대기환경청을 설치해달라고 건의했다. 3년째 묵묵부답인 가운데 지난 21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박성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제1회 동남권상생발전협의회에서 동남권대기환경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대기환경청을 두고 수도권대기환경관리기본계획을 수립, 사업장에 대한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 자동차로부터 배출가스 억제 등의 시책을 펴고 있다. 대기오염문제가 수도권에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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