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준 울산시민안전포럼 사무차장·동아ST 과장

기후변화로 우리의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를 완전히 바꾼 게 미세먼지다. 예견된 일이지만 국내 문제와 중국 등 주변국의 움직임에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미세먼지가 전 국민을 위협하는 가운데 불안에 떨며 일기예보와 하늘만 쳐다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잿빛 미세먼지에 갇혀 신음하는 대재앙이 닥친 것이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당 25.1㎍으로 인도, 중국, 베트남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반복된 대형 참사로 ‘사고공화국’ 오명에 이어 ‘미세먼지 최악의 국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2017년 자료가 이 정도면 최근의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은 순위가 더 앞에 있을 것이다. 우리 현실은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국가적인 재난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최고의 수준에 와 있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고 미세먼지 피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기에 더욱 큰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기질 경고를 1987년부터 했고,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2013년에 지정했다. 미세먼지 속에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과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가 30여년 전부터 미세먼지 경고를 했던 것은 이와 같은 유해성 때문이다. 또 크기가 매우 작아 우리의 코와 기관지 등으로 유입되어 폐를 타고 온몸으로 침투하게 되고 호흡기와 폐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미세먼지 핵폭탄이 국가적인 재난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을 했는가.

오락가락 하며 내놓은 게 비상저감조치 말고는 대안이 없다.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의 현실로, 부끄럽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에 충분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미세먼지 발생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차단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과학적인 원인 규명과 함께 주변국과의 협상에서도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은 전국 최대의 산업단지에다 자동차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로 미세먼지 중심에 있다.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면 찾고 싶은 도시가 아니라 떠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울산의 미세먼지 심각성을 직시하고 시민들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김봉준 울산시민안전포럼 사무차장·동아ST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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