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의 강화로 커지는 권리만큼
주민들의 책임도 함께 증가하기 마련
주민 노력·봉사 없인 자치발전 못해

▲ 김광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정부는 지방자치의 확대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세웠다. 그 실현 방법으로 지방자치법의 전면개정을 통한 자치권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을 비롯하여 지방일괄이양법, 지방재정법, 자치경찰제법 등 개정안이 입법을 앞두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COEX 컨퍼런스룸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하는 큰 행사가 열렸는데, 여기서 지방자치의 성과를 점검하고 자치분권 확대의 필요성에 관하여 발표와 토론이 전개되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보장, 권력의 수직적인 분립,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방행정의 실현에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민주주의의 보장이 그간 우리 사회에서 지방자치의 도입 필요성을 대표해왔다.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는 남북통일이나 지방재정의 여건 미비를 이유로 지방자치의 실시를 미루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전면실시는 사회의 민주화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후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인 단체장이 선거로 직접 선출되어 민의를 반영한 지방행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중앙에서 임명한 단체장 시절에 관권선거는 만연했으나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좋은 제도라도 그에 소요되는 재정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국민을 위하여 처리하는 사무 가운데 6할을 지방에서 처리하고 4할을 중앙에서 처리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한 지방과 국가의 세수는 2할과 8할로 지방에는 형편없이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하여 중앙정부나 상급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이나 지방교부세의 명목으로 재정을 보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위임사무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방사무를 자치사무로 전환하고, 그 경비에 소요되는 재원을 지방의 세원으로 충당할 수 있는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간단해 보이는 일이 왜 그간 해결되지 않았는가 하면, 중앙이 가진 권한과 힘을 지방에 내어주기 꺼렸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서 보기에는 지방정부가 미덥지 못하고 또 그간의 중앙집중식 체계 아래서 이루어 온 경제성장의 경험이 권한을 나누는 데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 위주의 정책 형성과 실현은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고, 지방분권을 통해서만 새로운 민주질서,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자각이 이번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의 동인이다.

지방자치를 흔히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부르는데 이는 주민에게는 지방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방의회와 단체장의 선거와 공무수행을 통하여 주민대표와 정치지도자가 양성되는 장이 된다는 뜻이다. 지방선거와 지방행정에서 각 정당이 주민을 위한 대표적 공약을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함으로써 지방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낙후된 지역이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조례를 직접 만들어 지방의회에 제출하는 주민조례제출제도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발전된 주민 참여 방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은 주민이 일정 수 이상 주민의 연서로 조례의 개폐를 청구하면 단체장이 조례안을 작성하여 지방의회에 송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주민이 투표를 통하여 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즉, 현재는 일률적으로 지방의회와 단체장이 각각 주민의 손에 의하여 선출되는 기관 대립형이지만 앞으로는 지방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별도로 단체장을 선거하지 않고 지방의원들이 위원회 형태로 지방행정을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지방분권의 강화로 주민의 권리가 신장되는 만큼 그 책임도 증가하며, 지역주민의 선택에 따라 고유한 제도가 발전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결국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노력과 봉사에 의해 발전한다. 공짜 자치분권은 없다.

김광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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