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이 일차원적인 관광산업을 계속 고집하는 바람에 미래 관광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관광산업은 미래에 잠재된 산업이라는 차원에서 바로 눈앞에 바라보이는 개발이 아니라 인간 삶의 근본을 천착하는 사업이다. 그런 면에서 관광산업은 일차원적인 경관 또는 조망산업이 아니라 휴식과 체험, 명상 같은 긴 호흡을 가진 산업이라야 한다. 무조건 가시적인 성과와 치적을 내놓아야 하는 민선 군수의 급한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물 쓰듯이 써대서야 하겠는가.

이선호 울주군수는 지난해 영남알스프 웰컴센터~홍류폭포 사이에 호랑이 3마리를 키우는 호랑이 생태원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500억원 이상이 드는 이 호랑이 생태원에 대해 언론과 환경단체, 시민단체, 주민들은 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마을과 불과 1㎞도 안 떨어져 있는 이 곳에 반환경적이고 위험하고 돈도 안되는 호랑이 생태원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이 군수의 의도에 지금도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웰컴센터~홍류폭포 사이는 오른쪽은 깊은 계곡이고 왼쪽은 경사도가 30도가 넘는 협곡 중의 협곡이다. 이 협곡에는 조선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주민들과 등산객들이 간월재를 오르고 내리던 등산로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 호랑이 생태원을 만들겠다니 앞으로 등산객들은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복합웰컴센터 주변을 개발하는 상상의숲 테마파크 조성 사업도 문제다. 군은 지난해 4월 착수 후 중단했던 상상의숲 테마파크 조성사업 용역에 호랑이 생태원을 포함시켜 재개한 뒤 올 상반기 중에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상상의숲 테마파크 용역 전체가 호랑이 생태원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상상의숲 테마파크는 웰컴센터~홍류폭포 사이에 인공시설물을 설치하고 호랑이 3차원 영상 및 홀로그램 등을 숲 속에 보여주겠다는 것이 주 콘텐츠다.

상상의숲 테마파크는 숲 속에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테마파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영남알프스라는 영남지역 최고의 산악자원을 잠식하는 인공시설물이라는 점에서 역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것도 높이 33m의 홍류폭포라는 울산 최대의 자연자산과 인근 숲에 먹칠을 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첨단’이라는 것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불과 수년만에 퇴물로 전락하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 왔다. 숲 속의 호랑이 홀로그램이 번쩍거리며 나무의 잠을 깨우고 새들과 짐승들을 도망가게 만든다면 산을 쓸모없게 만드는 일임에 다름 아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십수년 동안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은 산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정부조차 가급적 손을 대지 않으려는 명산에 철 지나면 퇴물로 변하는 인공시설을 자꾸 설치하려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역대로 울주군수들은 하나같이 영남알프스를 훼손만 하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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