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국제디지털아트비엔날레가 2022년 시작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간다고 1일 밝혔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취임 후 문화예술을 관광산업화하겠다며 행정부시장 관할이던 문화관광체육국을 경제부시장 관할로 조정했다. 디지털아트비엔날레는 외지인들의 울산 방문을 유인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만들겠다는 송시장의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한 첫번째 대규모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울산은 우리 미술의 시원인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도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비엔날레 개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세계적으로도 기현상이라고 할만큼 비엔날레가 많은 나라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비엔날레는 1995년 광주 비엔날레로 시작됐다. 지금은 전국에 14개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광주 비엔날레가 열렸을 때 비엔날레의 뜻도 모른채 전국에서 관광버스로 관광객을 실어날랐던 탓에 아직도 많은 자치단체가 관광활성화를 목적으로 우후죽순 비엔날레를 만들고 있다. 그 중에는 지난해로 10회를 맞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있다.

디지털미술(digital art)은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디지털기술을 창작작업의 핵심으로 사용하는 예술작품을 말한다.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예측불허의 변화무쌍한 디지털작품들이 호기심을 유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예술성을 떠나 대중적 호기심을 쉽게 충족시키는 장점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적 공감대 형성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시민들 앞에 던져지다시피 한 디지털아트비엔날레는 일견 당혹감을 안겨준다. 얼핏 울산이 산업도시라는 점에서 어울리는 예술인듯 하지만 사실상 산업측면에서도, 예술계의 인적·물적자원 면에서도 인프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이든 문화든 창의력이 관건이므로 반드시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인데다 시립미술관 하나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울산시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울산에 적절한 대표 문화행사 개발에 대한 용역이 먼저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는 1895년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이다. 2년마다 6~9월 여름 동안 27개국의 독립 전시관과 가설 전시관을 설치하여 세계 각국의 최신 미술 경향을 소개하며, 지금도 미국의 휘트니비엔날레, 브라질 상파울루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베니스비엔날레가 12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실험성, 지역성, 젊은 미술가 육성이라는 목적을 고수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기반도, 지역성도, 전시여건도 성숙돼 있지 않은 울산에서 과연 디지털아트비엔날레가 성공할 수 있을지, 우선 용역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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