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필독서가 "송하비결"이라고 한다.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더라도 어수선한 뉴스들로 마음이 고단하다면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1845년생으로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실제 살았던 "송하노인"이 평생 산림에 은거하며 천문, 지리, 주역을 탐구하고 약 120년에 해당하는 국운을 기술한 "송하비결"을 남겼다고 한다. 운세 코너가 사이버상이나 언론 매체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절, 국운을 예언하는 비결이 나타난 것은 어쩐지 당연한 것 같다.

 정치경제가 어렵고,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가고, 한국에서 마음이 떠난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조국의 장래가 염려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자녀들에겐 조국과 그들을 위해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 것인지 참으로 당황스럽다.

 떠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현명하게 이러한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송하비결의 예언을 빌려 준비를 잘 하면, 어떻게 이 난세를 잘 극복할 것 같기도 하다.

 송나라의 소강정 선생의 일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구절이 특히 요즈음 세상에 필요한 말인 것 같아 인용해본다.

 "수목허실(樹木虛實) 근간화중(根幹華中) 하천견화(下淺見華) 명선견근(明善見根)"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를 가리는 방법은 뿌리와 줄기 꽃 가운데 있다. 꽃을 보고 말하는 자는 그 사물의 허실을 분별할 수 없는 자이고, 뿌리를 보고 말하는 자는 사물의 본질을 아는 자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가 무시되고, 오직 보이는 사건과 현상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는 무리들 때문에 중요한 일과 관계를, 업무를 그르치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결정권자들이 현상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꽃 밖에 보지 못하는 결정으로 망치는 바람에 신문은 연일 갈등의 아수라장이다.

 세상의 원리를 크게 길게 성찰하는 훈련과정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이기적이고 단편적인 논리만으로 자기의 목소리만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많은 집단과 개인들로 인하여 입는 폐해는 생각보다 강해지고 있다.

 송하비결이나 정감록이든, 대예언서들을 읽으면서 놀라운 것은 그들의 예언도 놀랍지만, 그 예언을 풀어내는 후계자들도 또한 놀랍다. 문제는 그 말뜻을 제대로 파악하여 운명의 물길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지혜이다. 下淺見華하는 자는 충분히 가르쳐주어도, 본질을 꿰뚫지 못해 페혜를 여기저기서 주고 있다.

 그것은 어느 조직사회나 가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좋은 부모를 잘 만나야 하거나, 지도자를 잘 모시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부모는 자녀의 타고난 본성을 제대로 깨닫는 부모이며, 좋은 교사는 학생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지원해주는 자이다. 성공하는 기업인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정확히 하는 것이며, 훌륭한 지도자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제대로 깨닫고, 따르는 자를 희망의 세계로 안내하는 자이다.

 "희망의 정치"란 말이 "참여정치"보다 한 단계 높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은 이미 참여를 통해, 비전이 있다는 의미이다. 요즈음처럼 안개 속 같은 일상을 살면서 明善見根하는 이들과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송하비결이 한국의 장래와 세계의 동향을 정확히 진단한 비서라는 점도 있지만, 우리들의 삶의 자세가 좀더 진지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운명의 선택은 우리 각자가 한다지만, 운명의 판은 혼자 짜지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상생하는 판짜기를 위해서 대승적인 판단을 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우리는 매일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적인 인간이다. 현명한 선택이란 많은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그 무엇까지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질 때 이다. 자기 성찰이 가능한 시간이 없는 자는 자기반성도 없다. 이제 더운 여름도 가고 있다. 가을이 자기성찰의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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