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인 이모씨가 최근 자신의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교단 폭언실태 조사 연구"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하는 폭언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작 교사들은 이같은 폭언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교육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 285명과 교사 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연구한 이 논문에 따르면 교사가 수업 중 폭언을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학생들의 31.78%가 "조금 있다", 4.21%가 "아주 많다"고 답했으며, "그저 그렇다"는 20.09%였다고 한다. 반면 같은 질문에 대해 교사들은 25%("아주 많다" 1.41%, "어느 정도 있다" 23.94%)만이 폭언을 사용한다고 답해 폭언 사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

 또 폭언을 들었을 때 학생들의 감정상태는 "아주 불쾌하다"는 반응이 43.93%로 가장 많았던 반면 교사들의 경우 51.35%가 "상황에 따라 폭언이 필요하다"고 답해 학생들과는 상반된 인식 차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의 특징은 엄하다는데 있는데,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체벌"을 사용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예날 서당이나 가정 교육에서 회초리가 필수의 교육 도구가 됐던 것이다. 옛말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귀여운 자식 매 한 대 더"라는 속담이 일러주듯 우리 조상들은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치면서 종아리 몇 대쯤 때리는 것을 훌륭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당연한 교육행위로 여겼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이같은 체벌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한되고, 이를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물론 체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도 있지만 그런 체벌이 너무 심화되거나 왜곡된다면 그 것은 교육적인 체벌이라기 보다는 폭력의 행태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켜 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한 반감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폭언을 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교사들의 폭언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의 효과를 높인다는 미명하에 스스럼없이 자행돼 오면서 그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반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많이 듣는 폭언은 "공부도 못하면서 왜 떠들어" "뭐가 될래" "넌 왜 그 모양이야" "그 것도 몰라" 등의 무시하는 말과 "죽을래" "맞을래" "오늘 끝장을 보자" 등 위협하는 말, "바보" "병신" "날라리 같은 X" 등 욕설, "꼴통" "싸가지" "또라이" 등 비속어까지 그 유형도 다양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잘한다" "수고했다" "열심히 하는구나" 등 자신을 긍정해주고 칭찬 또는 격려해 주는 말을 듣고 싶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폭언 대신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지도하는 우회적 방법과 사랑과 관심, 격려와 칭찬 위주의 대화를 통해 학생을 지도했을 때 사제지간의 관계가 더욱 원만해지고 상호 신뢰하게 돼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지 않을까.

 지난 99년부터 대도시 학교주변의 전자오락실에 학생이 교사를 집단 구타하는 내용의 게임이 등장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200원 정도만 내면 교사와 학생들이 2인 1조로 패싸움을 벌이는 게임이었는데, 교사의 지시에 학생이 반발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우리 교육의 어두운 측면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교육 관계자들을 씁쓸하게 했다.

 "학교 붕괴" 우려와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교단에서도 보다 신중한 언어 사용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더욱 필요한 때다. ijpar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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