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문화정책특별보좌관(이하 문화특보)을 두기로 했다. 전문임기제로 3급이다. 이로써 송철호 울산시장은 정무,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 노동정책 특보에 이어 4명의 특보를 두게 된다. 이들 뿐 아니라 경제부시장과 대변인까지, 민선 7기 들어 고위공무원 자리에 ‘어공(어쩌다 공무원·별정직)’들이 대폭 늘어났다. 예년에 없던 일이다.

공직사회의 별정직 제도는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갖고 있다. 경직된 공직사회에 활력과 전문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옥상옥’이 되어 기존 공직자들의 의욕을 저하할 뿐 아니라 연속성과 융화가 어렵다는 것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어차피 완벽한 제도는 없다. 장점을 살려 성공하느냐, 단점을 드러내고 실패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렇다면 송시장의 ‘어공’들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지난 8개월의 여론조사 지지도로 미뤄보면 그다지 장점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자칫 ‘또 어공이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시대적으로 문화특보는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취임과 동시에 문화특보를 두었더라면 문화행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울산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문화분야가 특별히 뒤쳐져 있는데다 앞으로의 사회는 문화를 도외시할 수가 없다. 문화행정도 중요하고, 행정의 문화화도 절실한 시대이다.

문화특보 내정자는 최승훈 전 대구미술관장이다. 대구 출신으로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마르세이미술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박사를 취득했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경남도립미술관장,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장 등을 역임했다. 예술가이면서 서울과 지방의 공립미술관을 두루 경험한 미술행정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시립미술관 개관과 국제디지털아트비엔날레 등을 염두에 둔 인선으로, ‘미술도시’로서의 새출발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특보를 비롯한 공공기관장 등의 인사와는 달리 정치 또는 선거와 관련된 인물이 아니라 전문가 영입이라는 점도 다행스럽다.

반면 내정자가 울산시민들이 요구하는 문화특보로서의 다양한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없지 않다. 문화행정을 미술 분야에 국한하기에는 울산시의 문화행정 전반이 너무 뒤처져 있다. 그 때문에 각 예술 분야의 전문가 지원과 육성, 분야별로 고른 인프라 구축, 문화적 편차가 큰 다양한 계층의 욕구 충족, 문화예술행사 활성화를 통한 관광산업육성 등 문화특보라는 직책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가 워낙 방대하다. 역량 있는 전문가를 불러놓고는 비전문적인 분야까지 맡겨 공연히 발목을 잡는 것을 아닐까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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