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 교사

“혹시 필요하다면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려나 봐. 한국어, 학습…”

“선생님, 저 공부 잘해요. 저 작년에 거의 대부분의 과목에서 A 받았어요!”

한국어, 학습, 심리·정서, 진로·진학 중 본인에게 지원이 필요한 분야가 있는지 물었더니 나온 대답. 간단한 인적사항에다 필요한 지원 분야까지 물어볼 것들을 다 물어봤지만 곧장 보내기가 아쉽다. 큰 소리로 공부를 잘 한다며 자신 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정말 필요한 게 없는지 한 번 더 물었다. 굳이 하나만 꼽자면 진로·진학 분야에 대한 도움을 받았으면 한단다. 진로 상담을 연계해주는지 문의해보고 따로 부르겠다고 하니 “네. 저 이제 가도 되죠?” 하고는 신나게 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올해 업무 분장표 상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 중 하나가 ‘다문화 교육’이다. 지난주에는 다문화 학생 현황을 조사해서 제출했다. 우리 학교의 다문화 학생들은 부모님의 국적이 다양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출생해서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거주해 온 학생과 외국에서 계속 생활하다가 청소년기가 될 무렵 중도 입국한 학생이 섞여 있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지원받고 싶은 부분은 없다고 말했지만 앞서 이야기한 학생처럼 진로·진학 정보를 얻고 싶어 하거나 부족한 과목의 학습을 보충하고 싶어 하는 학생은 있었다.

매년 2학년 역사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눈에 익은 이름이 나를 반긴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터를 잡아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를 세웠다는 이유로 한민족의 유일한 조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단군 왕검. 단군으로부터 출발해 하나의 혈통으로 한민족이 구성되었다는 순혈주의의 신화는 전체 결혼 건수에서 국제결혼 비율이 13%였던 2005년에 출생한 학생들이 중학교에 재학 중인 오늘까지도 유효하다. 게다가 한국의 다문화 증가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빠른데도 국민들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다문화 가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열린 정도)는 100점 만점에 53.95점(2015년 기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문화 학생에게 “뭐가 필요하니?”라고 물어보는 것만이 과연 다문화 교육이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 든다. 다문화 학생의 부적응 문제는 학생 개인 요인에다 학생을 둘러싼 가정, 학교 등의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생기기 때문이다.

울산교육청의 2019년 다문화 교육 지원 계획을 확인해 보니 다문화 학생 지원을 제외한 주요 과제 세 가지가 학교 다문화교육 활성화 지원, 교원 다문화교육 역량 강화, 다문화교육 지원 체계 구축이었다. 이 같은 다문화 교육이 수많은 다문화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기존의 문화와 융합시키는 ‘샐러드 볼(Salad Bowl)’ 이론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학생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더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모습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지 않을까? 학교에서부터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샐러드 볼 사회(Salad Bowl Society)’를 경험한 학생들은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도 나와 다른 사람, 우리와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현 남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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