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문지기’라는 명목으로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던 예비타당성 제도가 대폭 개편됐다. 예타제도가 만들어진 지 20년만이다. 이번 개편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기준을 달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갈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비중과 사회기반시설의 격차가 커짐에 따라 동일 잣대로 평가하는 예타로 인해 지방도시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재정 문지기’라기보다 ‘수도권 문지기’에 충실했던 예타가 비로소 지역균형발전적 시각에서 재조정된 것이다. 혁신도시 조성에 이은 획기적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예비타당성 평가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없이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의 가중치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 개편으로 다음달 1일부터는 수도권은 경제성 60~70%, 정책성 30~40%만 평가한다. 지역균형에서 감점을 없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비수도권은 균형발전평가 비중을 30~40%로 5%포인트 강화하는 반면 경제성 비중은 30~45%로 축소했다. 정책성 비중은 25~40%로 그대로 유지했다. 예타 담당기관도 기존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외에 토목, 건축, 복지 등 비연구개발사업 예타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으로 조세재정연구원을 추가로 지정했다.

주로 경제성 평가에 발목이 잡혀 예타통과가 어려웠던 지방도시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울산과 같은 광역도시의 경우에는 균형발전 평가의 세부항목인 지역낙후도에서 가·감제도가 아닌 가점제로 변경된 것도 예타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다. 사실상 그동안 광역도시들은 수도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 지역낙후도에서도 감점을 받는 등 이중고로 인해 예타통과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게 인식돼 있다. 이번 개편으로 이같은 불이익이 사라짐으로써 울산도 광역철도 확충, 체험형미래과학관 건립,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 울산산림복지단지 조성,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등에서 적잖은 혜택이 기대된다. 예타담당기관이 늘어남으로써 예타기간도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돼 사업추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예타 개편에 대해서는 지방도시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성이 지나치게 중시된 예타로 인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불균형과 수도권 집중화라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균형발전은 비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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