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최근 성관계 장면의 불법촬영 등으로 가수 정모씨가 구속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에게 인정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함) 제14조제1항에 따른 것으로, 현행법에서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사건이 있고 난 이후, 이에 관한 인터넷상의 분위기를 지켜보면서 약간의 안도감과 큰 당혹감을 느꼈다. 우선 본 사건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이 피의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런 일이 재발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조했다. 사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라 하여, 우리 사회에서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의 무게에 많은 사람이 동조한다는 것, 그 자체로도 성폭력범죄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감수성을 확인한 것 같아서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피의자 본인은 반복적으로 해당 범죄를 저질러 오면서도 해당 행위에 대한 범죄 의식이 높지 않았다는 점, 해당 사건 이후 ‘정모씨 동영상’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점, 그 이후로도 대학 강의 등과 같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 동영상이 있다면 나도 보고 싶다’라거나 ‘그 동영상을 얻게 된다면 공유하겠다’ 등의 부적절한 언동이 논란이 되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말하자면 많은 이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불법촬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행위가 불법촬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해당 불법촬영물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되며, 나아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 역시 아직 부족하다고 하겠다.

동법에서는 불법촬영물의 촬영자뿐 아니라 타인에게 제공한 사람 등도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불법촬영물이라면 촬영물 그 자체는 물론 복제물 역시도 처벌의 대상에 포함되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방식으로서의 ‘제공’은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해당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퍼뜨리거나 그로 인해 돈을 벌고자 하는 등의 인식 없이 단지 돌려 보겠다는 생각으로 타인에게 제공한 경우에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본인을 피해자라고 가정해 보자. 본인의 신체 등이 불법촬영된 것, 본인의 불법촬영물이 인터넷을 통해 떠돌고 있는 것, 그것을 모르는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 어떤 것이 가장 괴롭고 고통스럽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며,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는 어느 정도이고, 이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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