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면사무소에서 양산 신평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보은천을 앞에 두고 그림같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낮은 집들 뒤로 대나무들이 마치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바로 송정마을이다. 예부터 송정마을을 봉좌송정(鳳坐松亭)이라 불렀을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송정마을을 딱히 구분한다면 상송정과 하송정으로 나누는데 보은으로 쓰여진 버스정류장에서 들어가는 곳이 하송정마을이다. 이 곳이 울산 곳곳에 퍼져있는 초계변씨 참판공파 울산문중(草溪卞氏 參判公派 蔚山門中)의 대표적 집성촌이다.

 송정마을은 양산과 언양, 웅촌으로 사통팔달의 길목에 있지만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어 전형적인 도시근교의 시골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재실인 일송재(一松齋)가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외지로 많이 떠났지만 아직도 집 주인을 알리는 문패들 가운데 상당수가 변씨 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 주나라 문왕(文王)의 여섯째 아들이 노나라의 변읍(卞邑)에 봉해지면서 변씨의 성을 얻었다. 변씨의 비조라 할 수 있다. 그 후손 가운데 한 사람이 당나라 때 예부상서로 8학사 중 한 자리를 차지했고 신라에 사신으로 파견됐다. 그가 사신으로 오면서 효경 한 질을 갖고 오자 경덕왕이 그의 학식에 감동해 왕자의 스승으로 삼아 신라에 남아있게 했다. 그리고 그 사신의 후손인 문열공(文烈公) 변정실(卞庭實)이 고려 성종 때 1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인 문하시중으로 초계군(草溪君)에 봉해졌다. 초계변씨들은 문열공을 수관시조(受貫始祖)로 섬기고 있다.

 멀리 중국의 주문왕에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초계변씨가 울산에 처음 터를 잡은 곳은 예전엔 울산이었던 양산시 웅상읍 백동리다. 정2품인 정헌대부(正憲大夫)를 지낸 성천(誠泉) 변승정(卞承貞)이 약 400년전 경기 안성에서 옮겨왔다. 시조인 문열공의 16세손으로 초계변씨 참판공파 울산파의 입향조이다. 울산 입향조 문열공의 묘소는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에 있으며 후손들은 지난 97년 중구 성안동에 입향조를 모신 성모재(誠慕齋)를 지어 그 뜻을 기리고 있다.

 양산 웅상의 편들이란 지명은 예전에 변씨들의 논이 하도 많았기에 변씨의 들에서 변들로 다시 편들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입향조의 아들로 가선대부 병조참의를 지낸 현동(玄東) 할아버지 때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교육청사 인근인 지금의 유곡동 지역으로 옮겨왔다. 태화동 동강병원 뒤와 유곡동, 성안동 곳곳에 전답을 가졌었다고 후손들은 전한다.

 변철종 종친회장은 "지금의 우정선경1·2차 아파트단지는 예전에 초계변씨들의 선산이었으며 1960년대 선경직물에 자리를 내주면서 인근의 태화공원으로 모두 이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계변씨 울산파들이 본격적으로 울산의 곳곳으로 확산된 것은 입향조의 손자인 기복 할아버지가 상북의 명촌으로 옮겨갔다. 지금까지 종택은 큰 변화없이 예전의 그 자리에 있다. 종손인 태수(泰守)씨가 입향조의 16세손이다.

 기복 할아버지는 11남2녀를 두었다. 그 아들들이 울주군의 상북, 삼남, 삼동, 언양, 중구 성안, 북구 호계 등으로 흩어져 또 다시 일가를 이룬 뒤 경북 경주, 양남, 양북, 부산, 서울, 안성 등까지 그 세를 넓혔다. 울산파의 회원으로 약 700여명이 등록돼 있다. 그 가운데 삼동 보은의 송정마을이 아직까지 집성촌으로 세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종친회 총무를 맡고 있는 변동선씨는 "열한분이나 된 입향조의 손자들께서 울산의 곳곳으로 흩어져 일가를 이뤘으나 도시화가 되면서 이제는 그래도 집성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송정마을로 재실과 문중선산이 있는 중구 태화동과 성안동, 그리고 종가가 있는 명촌 이 세곳이 초계변씨 참판공파 울산문중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울산종친회의 회기에도 천성산과 태화산, 함월산의 세봉우리를 형상화해 두고 있다. 종친회 변철종 회장 등이 매년 8월 여름방학 때 성모재에서 아이들을 모아 조상들의 내력과 함께 집안의 예절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작고한 변동수 전 언양향교 전교와 변재선·변만선씨가 초계변씨 울산문중 출신이다. 이와 함께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변조웅 장군과 변철종 울산시 국장, 변재근씨, 변창섭 총경, 변성관씨 등이 군과 교육계, 관계, 경찰에서 활동하다 퇴임했다. 변상백 전 면장과 변기찬 전 출장소장도 같은 집안이다.

 현직에서 활동중인 문중들로는 변양섭 울주군의회 의장이 선출직으로 눈에 띈다. 공무원 가운데 시 사무관으로 변동주·변정복씨가, 군 사무관으로는 변동구씨가 있으며 중구청에 근무중인 변건수씨가 있다.

 교육계에서는 변철만 부산여대 교수와 변정용 동국대 교수, 변영대 영천고 교장, 변동섭 언양중 교감을 비롯해 변재철·변강섭씨가 고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변태곤 강북교육청 감리관도 초계변씨 참판공파 울산종친회 회원이다. 또 변경민 공학박사와 변달석 공학석사도 집안이다. 변재국 대우자동차 부장도 마찬가지이며, 농협이사로 변춘호·변윤백씨가 활동하고 있다. 농협이사와 울산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역임하고 농협이사로 활동중인 변정의씨도 울산문중의 일원이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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