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 초점

안전에 취약한 노동자 보호하고

사고 손실 예방해 지속성장 도모

▲ 이진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본부장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이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프랑스의 학자인 드프루니는 이윤 창출보다는 구성원이나 공공에 대한 공헌을 목적으로 하며, 경영의 자율성, 민주적 의사결정, 수익 배분에 있어 자본보다는 사람과 노동을 중시하는 원칙을 따르는 조직에 의해 수행되는 경제활동으로 정의했다. 산업혁명을 통하여 시작된 초기 자본주의는 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만 다루었기에 노동자들은 노동 착취 등 빈곤으로 고통받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했다.

이에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여 노동자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이 나타나고 사회적 경제가 등장하였으며, 이러한 사회적 경제는 노동조건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1930~1940년대 유럽의 복지국가 출현에 따라 사회적 경제가 약화되었으나, 다시 1990년 탈산업화로 인한 고용위기, 복지국가의 후퇴 등으로 새로운 사회적 경제가 이탈리아 등에서 협동조합의 형태로 재등장하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2009년 유럽연합은 사회적 경제에 관한 결의를 채택하였고, 최근에 공유가치 창출, 소셜 벤처, 임팩트 비즈니스 및 임팩트 투자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즉, 사회적 경제는 기존 경제가 고려하지 못한 사람의 문제, 빈곤 및 사회 불평등과 같은 문제에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의 대안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기업가 정신의 차별화되는 요소는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가치 제안에 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기업가와 투자자를 위해 이익을 발생시켜야 하므로 이들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더불어 취약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문제 해결 등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연말 소박하지만 가족과 함께 소중한 미래를 설계하며 새해를 맞고자 했던 꿈많은 젊은 청년이 어둡고 비좁은 컨베이어 벨트 아래서 유명을 달리한 사고가 발생했다. 전 국민이 최근의 잦은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염려가 증가하고 안전을 갈망하는 국민의식이 고조되고 있을 때 미래의 소망을 간직한 한 청년의 사고는 전 국민을 공분하게 만들어 급기야 기업이 그렇게도 우려했던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개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사망사고의 발생을 막는 것이야 말로 기업이 반드시 이루어내어야 할 큰 도전이 되었다.

안전은 광의의 측면에서 보면 안전율에 적용해야 하는 공학과 이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경제학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에게는 단순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의 투입이고, 나아가서는 이로 인한 결과가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소극적인 생각과 사고를 가지기에는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가 너무 커졌다. 과거와 같이 단순히 기업가와 투자자를 위해 이익을 발생시키고자하는 기업가적 자세는 많은 것을 잃어 결국은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도 어려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최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세계 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미국은 록펠러 재단 및 아쇼카 재단 등 민간단체들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성장해오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 해결, 위험 감수, 성과 창출 등 일련의 변화 과정을 통해 기존의 균형 상태를 완전히 바꾸면서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분야도 그간 정부주도의 정책수립과 집행에서 벗어나 향후에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업주, 노동자, 민간 안전보건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오늘날 산업현장에는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자도 많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아직도 취약한 사회적 구조와 산업현장에서 발생되는 위험에 노출되어 어려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우리나라도 산업재해를 예방하여 사회적으로 취약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나아가서는 사고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예방함으로써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진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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