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봄 햇살이 튕겨내는 춘삼월의 바다는 온통 초록이다. 이는 오로지 엽록소를 지닌 식물성 플랑크톤이 따뜻한 햇살을 받아 증식했기 때문인데,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동해 앞바다에 멸치 떼가 나타난다. 이것이 동해바다 봄 멸치다. 음력으로 춘삼월이 시작되면 필자의 고향 앞바다(울산 온산만)에서도 멸치잡이가 시작되었다.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멸치잡이 목선이 포구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멸치털이가 시작된다. 대여섯 명의 선원들이 일열 횡대로 서서-동작일치를 위한 구령(?)을 끊임없이 반복하며-그물코마다 가득 걸린 멸치를 털어낸다. 지금 그 고된 노동의 풍경을 회상해보면 구령은 마치 신음 같았고 거룩한 주문 같기도 했다.

어른손가락 크기의 봄 멸치는 알이 베이고 살이 올라 맛과 영양 면에서 최고다. 그래서 멸치젓은 보통 봄 멸치로 담근다. 갓 털어낸 싱싱한 봄 멸치는 회로도 즐겨 먹는데 필자에게 그 맛은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멸치 회는 볏집 몇 개를 둘둘 말아 비늘을 쓱쓱 벗긴 다음 손으로 몸통을 반으로 갈라 뼈를 제거하면 끝이다. 초고추장은 약간 묽을 정도로 하되 신맛을 약간 강하게 하여, 푹 적셔 젓가락 가득 한입에 먹어야 제 맛이다. 풍부한 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은 봄 멸치 특유의 고유한 향과 감칠맛을 선사하는데 그 맛은 가히 치명적이라 한번 맛보면 평생 잊지 못한다. 멸치 회는 버무려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버무리면 살이 약간 탱글해짐과 동시에 초고추장의 시큼하고 달달한 맛이 멸치의 살 속으로 스며들어 조화로우면서도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싱싱한 멸치 회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잘 알려진 대로 오메가3 지방산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단, 하루 4g이상 충분히 섭취하는 경우 그렇고(NEJM. Reduce-It Study, 2018) 그 이하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다. 하루 4g이상을 알약의 형태로 복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쉽지가 않다. 가장 좋은 섭취방법은 신선한 식품의 형태로 맛있게 먹는 것이다. 몸에 좋기로 제철음식만한 것이 없다. 드디어 동해남부 앞바다(부산기장 대변항)에 봄 멸치의 시즌이 시작되었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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