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형 울산시의회 의원
최근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과가 장안의 화제가 됐다. 지난 3월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선대인 조중훈씨가 회사를 창립해 굴지의 대기업을 이루고 아들인 조양호씨로 대를 이어 경영권이 승계되는게 지금껏 우리가 보아왔던 당연한 절차였으나 그동안 일부 재벌이 보여준 재벌의 민낯은 경영권 박탈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회사의 형태는 내 돈 들여 회사를 만들고 그 운영의 결과도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사업이 잘돼 성공하면 부귀와 영화를 함께 누리고, 사업이 실패하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결과를 오로지 한 사람 혹은 한 집안이 책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이 흥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실패하면 사업을 했던 한 사람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가족이, 좀 더 멀게는 일가친척과 지인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사업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성공한 사업가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사업성공에 수단과 방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통해 돈을 벌었냐보다 돈을 많이 벌어 잘산다는 결과만 부러워한다.

돈을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살아보고 싶은 우리의 욕심이 결국 IMF를 불러들였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1990년대 말 밀어닥친 IMF는 우리사회에서 중산층의 몰락뿐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고착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될 가장 큰 문제이며 건강한 사회구성체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심지어 금수저, 흙수저 얘기처럼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이미 삶이 결정됐다고 한다.

이를 국가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재벌중심의 경제체재를 보완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사회적경제 영역의 활성화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사회적 경제는 기업운영의 절차와 과정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소유와 분배 측면에서도 기존의 기업형태와는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기심보다 이타심을 중요시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활기업이 효시이나 IMF이후 대량 실직사태에 직면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안된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이 뿌리를 내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지고 10여 년이 흐르는 과정에 사회적기업의 발전은 괄목상대하다.

사회적기업의 정착과 함께 2012년 12월 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여기다 2012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을기업까지 더해 전국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만들 초기, 모 정당에서 ‘빨갱이 법’이라고 비방하던 것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자활기업 등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영역의 성장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일상화되며 기존 재벌 중심의 기업 운영의 빈자리를 꼼꼼히 파고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에서도 많은 사회적 경제 기업이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먼 듯하다. 10년의 세월을 보내며 좀 더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관리와 기업 발굴 및 이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조직적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성장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미형 울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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