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울산박물관장·고고학박사

프랑스 남부 지중해를 면하고 있는 해안도시 니스는 연평균 15℃의 온화한 기후로 겨울철 영국인들이 많이 찾는 피한(避寒)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알프스 몽베고 암각화는 니스에서 북쪽으로 약 80km 정도 떨어진 해발 2000m~27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1877년 선사학자 리비에르(Emile Riviere)가 첫 유적조사보고서를 과학자협회에 제출한 이후 연구자들이 암각화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1879년 영국 식물학자 클라렌스 비크넬(Clarence Bicknell)은 니스에 피한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몽베고 암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2년 후 6월 몽베고에 올랐지만 눈 덮인 산정에서 암각화를 볼 수 없었다. 다시 4년이 흘러 1885년 9월 마침내 암각화를 보게 되었다.

이곳에 마음을 빼앗긴 비크넬은 1897년부터 산 아래 마을에 정착해 살면서 암각화와 고산식물을 연구했다. 1918년 7월 독버섯 중독으로 세상을 뜰 때까지 1만2000여 점의 많은 암각화를 발견하고 도면으로 남겼다. 죽는 순간까지 연구에 몰두했던 비크넬은 알프스 암각화 연구사에서 가장 큰 획을 남긴 연구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가 생전에 설립한 연구소는 현재 비크넬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 몽베고 암각화와 앙리 드 르믈리 교수(메이베이유 박물관 제공)

비크넬을 이어 이탈리아 연구자 꽁띠(Carlo Conti)가 유적조사를 이어갔다. 그는 아내와 딸과 함께 매년 여름철마다 산위에 있는 조사캠프에 머물면서 암각화를 조사하고 도면으로 기록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1927년부터 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2년까지 그가 조사·기록한 암각화가 3만5000여 점에 이른다. 종전으로 이탈리아가 패전국이 되자 몽베고 지역은 프랑스 영토로 귀속된다.

1967년부터 30대 후반의 젊은 프랑스 선사학자 르믈리(Henry de Lumley)가 유적조사를 이어나갔다. 르믈리는 파리 인류박물관, 파리 고인류학연구소, 니스 라자렛연구소, 메이베이유 박물관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조사된 몽베고 암각화는 4만500여점에 이르고 있다. 이상목 울산박물관장·고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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