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대구시 문화콘텐츠과 주무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담당)

뮤지컬 팬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독립운동가는 아마도 안중근(1879~1910)일 것이다. 뮤지컬 ‘영웅’이 만들어 진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편의 뮤지컬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일제 강점기 등 외세에 의해 우리의 자주권이 빼앗긴 굴욕의 시대에 저항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가졌던 그 역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무장투쟁이나 강렬한 민족정신에 기반한 ‘항일’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영화로 요즘 많이 제작되고 있다. 그 중 울산에서 만든 뮤지컬 ‘외솔’ 역시 울산 출신 국어학자이자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려 애 쓴 외솔 최현배 선생의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다른 뮤지컬과 달리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솔’은 전국에 흩어진 우리말을 모으는 작업인 말모이 운동을 주도한 울산 출신인 외솔 최현배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2015년 울산시가 역사인물 문화콘텐츠화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에는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도 참가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공연에 앞서 대구에 온 제작사는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계기로 뮤지컬 외솔을 전국적인 콘텐츠로 키워가려 한다. 사라진 수많은 지역콘텐츠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겠다.”

그들의 각오는 상당 부분 실현됐다. 뮤지컬 ‘외솔’은 제12회 DIMF 어워즈에서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품을 제치고 국내 초청공연 중 DIMF 역사상 처음으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또, 대본을 집필한 한아름 작가에게는 개인부문 수상인 ‘아성 크리에이터상’도 주어졌다.

‘아성’은 한국 연극계에서 40년 이상 연출가로 활약하신 고 이필동 선생의 호(號)로서, ‘아성 크리에이터상’은 평생 대구예술 발전에 헌신한 그를 기억하고, 특히 DIMF 초대 조직위원장과 제1회 DIMF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이룩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12회 DIMF때 처음으로 제정된 상이다.

DIMF가 끝난 후에도 뮤지컬 ‘외솔’은 계속 주목받았다. 그 해 10월9일 정부주도 한글날 기념식장에서 뮤지컬 외솔의 갈라 공연이 선보였고 이는 지상파방송을 타고 전국에 고스란히 방영됐다. 지역에서 만든 창작공연이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영화 ‘말모이’가 개봉돼 외솔 최현배 선생의 이야기는 스크린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외솔 선생은 생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글이 목숨이다! 한글을 잃으면 나라도 우리말도 모두 잃게 된다!”

한글을 지키고 사랑한 외솔 선생을 기억할 수 있는 뮤지컬이 나와서 다행이다. 한글을 지킨 수많은 이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도 지난해 외솔과 같이 긴 여운을 남기는 지역발(發) 창작공연들이 소개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상철 대구시 문화콘텐츠과 주무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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