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고개’ 또는 ‘지지고개’로 불리는 군도 31호선에 대해 본격적인 선형개량 공사가 시작된다. 울주군은 지난 2014년 9월 설계를 해놓고도 사업비 80억원 중 절반을 차지하는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공사를 못했다. 공사구간은 범서읍 중리에서 두동면 은편리까지 1.05㎞. 2021년 상반기 이 공사가 완료되면 이 도로는 11~19m로 확장되며 구불구불했던 도로는 반듯하게 펴진다.

옛날부터 은편리로 가는 길은 언양~구미리를 통하거나 범서 중리를 통하는 길밖에 없었다. 은편리는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형태의 지형이어서 은편으로 드나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높고 험난한 ‘허고개’ 또는 ‘지지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래서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은편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는 ‘허고개 주막’도 있었다. 허고개 인근에는 석산개발 현장까지 있어 그 동안 대형 덤프트럭이 수시로 사고를 일으켰고 승용차들도 급제동을 못해 도로 밖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울주군이 이번에 본격적으로 선형개량공사를 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다만 도로를 개량하는 김에 ‘고개’에 대한 내력을 알려주고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했으면 한다. 울산남구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가 지난 2011년 발간한 울산문화연구 제3집에 향토사연구가 박채은씨가 수록한 ‘울산지역 주막의 분포와 성격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을 보면 “범서읍 망성리에서 두동면 은편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허고개 주막’이 있었다”고 전하고 “이 고개는 신라 경순왕과 문수대성의 이야기를 담은 설화도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박씨는 주막의 존재를 1911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서 찾았으며, 이 지지(地誌)에 소개된 울산의 주막은 울산군 소재 96곳과 언양군 소재 11곳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주막’이란 현존하는 지명이 그대로 전해져 민속적 가치가 높고, 당시의 물류, 교역, 지형, 생활사 등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박씨는 “여행자에게 술과 음식을 판매하고 숙박도 더불어 제공하는 주막의 기능상 사람과 물산의 활발한 이동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또 허고개에는 ‘지지물탕’이라는 유명한 폭포도 있었다. 경북 예천의 경우 ‘삼강주막’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울주군도 ‘허고개 주막’을 제대로 복원한다면 울주군만의 독특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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