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국내 최초가 아니라, 전 세계 최초일 겁니다. 울산항이 스마트항만을 선도하고 있는 거죠.” 울산항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선박접안보조시스템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만난 울산항만공사 직원의 말이다.

요약하자면 선박의 주차를 의미하는 부두접안 과정을 어라운드뷰로 장애물과 속도 및 거리를 모니터링해 안전하게 접안을 돕는 운항보조시스템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울산항 부두에 적용한 것으로, 항만안전성 향상은 물론 울산항이 스마트 항만으로의 입지를 넓혀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최근들어 선박대형화 추세로 항내 안전도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데다 선박과 육상시설물과의 충돌사고도 빈번한 상황에서 울산항이 이러한 시스템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는 점에 UPA는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내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해양기술 박람회에 이 시스템이 공개될 예정인데, 과연 어느정도 글로벌 항만업계의 이목을 끌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외에도 지역 항만에서 처음으로 바닷 속 정밀검사에 수중드론도 활용되는가 하면, 선착장에서 선박으로 선박용품을 신속하게 운송하는 시스템인 드론 배송시스템도 활발하게 전개되는 등 그야말로 울산항 곳곳에서 4차 산업과 스마트 항만 육성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첨단 항만으로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워 성과물을 거둘 시점이다.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 시대에 울산항이 국내 유수의 항만보다 앞서 ‘미래 첨단형 항만’을 선도해 나가는 전략을 하루빨리 구사해야 한다. 이 선박접안보조시스템이 UPA가 지난해 해양부문에서 발굴한 스타트업의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해양 기술개발, 항만관련 기업육성에 핸들을 쥔 UPA가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제2, 제3의 기업과 신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은 울산항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첨단항만의 ‘테스트베드’가 되는 중장기 발전방안을 UPA가 구축해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울산항=첨단항만’ 이란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강구하고, 관망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신산업 육성에 보다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그저 ‘차린 밥상에 숫가락 하나 얹는다’는 인식을 항만업계에 줄 필요는 없다.

수출입관문인 울산항의 앞날은 온통 지뢰밭이다. 지역 주력산업이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출입관문인 울산항에도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고부가가치 항만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환적화물 감소세가 심상찮다. 상반기부터 ‘연간물동량 2억t달성’을 이어가는데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새 위기가 닥칠 경우 대응할 위험대처 능력도 그리 탄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주 UPA는 또 다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최근 10개월만에 2번에 걸쳐 내부 조직정비에 나선 것이다. 울산항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조직의 이번 개편이 최첨단 미래를 선도하는 항만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데 첨병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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