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2014~2018년 보행안전편의증진기본계획을, 2015~2019년 보행교통개선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이 올해로 종료됨에 따라 다시 안전한 보행교통계획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벌써 6년에 걸쳐 2가지의 보행환경개선을 위한 계획이 중복수립됐고, 울산지역의 보행환경이 적잖이 개선됐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울산의 보행환경이 좋아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해 4월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보행환경이 열악한 도시로 꼽혔다. 교통수단 중 도보분담률(2014년 기준)도 울산은 23.7%로 서울 19.4%, 부산 22.7% 인천 21.9%에 이어 4번째로 낮다.
울산은 계획도시가 아니라 특정공업도시로 지정돼 급성장하면서 필요에 따라 차량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도로를 개설해왔다. 애초에 보행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 한가운데 로터리도 많아 걸어다니기엔 더 없이 불편하다. 로터리를 걸어서 한바퀴 돌려면 20분 이상 걸린다. 인도는 자전거 겸용에 배전함 등의 시설물까지 차지하고 있어 걷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간판과 개인가게의 적치물들도 예사로 보행로를 점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단속도 안 된다. 이면도로로 들어가면 사람과 차, 자전거가 뒤엉키는 장면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보행 환경 개선은 시대적 요구다. ‘찻길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로를 확대하는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독일 보쿰루르대 수학과 교수였던 디트리히 브라에스는 ‘교통체증이 심한 혼잡한 도로를 넓히지 않고 줄이면 오히려 교통량이 줄면서 보행환경이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브라에스의 역설’이다. ‘안전한 보행교통 5개년 계획’이 형식적 법정계획이 아니라 보행환경을 바꾸는 실질적 자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