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원하는건 용돈 아니다
“경제성장은 국민성에 달려 있다”
기술과 도전정신 교육에 투자를

▲ 정구열 UNIST 경영학부 교수

<청년에게 고함>이란 책이 있다. 1880년에 러시아 출신 사회혁명가 표트르 크로포트킨이 그 당시의 러시아 청년들을 향해 쓴 호소문이다. 당시 서유럽에선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 러시아는 아직 봉건주의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들이 도시에서 농촌에서 방황할 때, 크로포트킨은 이들에게 “여러분은 그동안 쌓아 올린 능력과 학식으로, 비참과 무지의 나락에 떨어져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꿈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외쳤다. 130여년전 그의 호소가 지금도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나라 많은 청년들은 빈부격차, 취업대란, 세대갈등 등 극심한 사회양극화로 좌절하고 있는 가운데 ‘금수저·흙수저’란 현대판 봉건제론까지 등장했다. ‘헬조선’을 외치며 청년들이 희망을 잃어가는 오늘날, 그들은 N포세대로 패배주의로만 살 것인가? 이러한 청년들을 향해 이미 한 세기 전에 크로포트킨은, 이 좌절의 시대를 변화시키려는 ‘꿈과 의지’를 갖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처음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턱걸이했지만 미래가 아직 불확실한 이때에, 미래를 짊어질 우리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모든 세대들은 나름대로 아픔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왔다. 지금 60대 이후 세대들은 1970년대 이후 ‘땀 흘려’ 산업화를 일궈 냈고 지금의 40~50대는 1990년대에 ‘밤새워’ 우리나라를 인터넷강국으로 만들었다. 이제 20~30대 소위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 우리나라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세대다. 이러한 세대들이 좌절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일부 한류(韓流)나 스포츠계에서 크게 성공한 스타들도 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계속 도전하는 청년들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아직도 ‘헬조선’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며칠 전 문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 청년대표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오죽하면 눈물이 나왔을까? 그러나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약해져서는 안 된다. 다시 도전해야 한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민족에게는 수없이 역경을 극복한 DNA(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지금 청년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특히 지도자들이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미래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북핵이슈가 질질 끌고 있어 그들이 좌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실현을 중시한다. 자그마한 자신의 꿈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현실에 그들이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푼돈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펼쳐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거리’를 원한다. 청년들에게 현금수당을 퍼주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그들에게 직무역량을 키워 줄 교육에 투자해야 된다.

작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폴 로머 교수는 ‘기술을 습득하는 일자리’라야 진짜 일자리라고 충고한다. 또한 2006년도 수상자인 미국의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국제설문조사에서 ‘경제성장은 국민성에 달려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일에 대한 국민의 자세와 위험감수 성향 등이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좌절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기술과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키워줘야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즈음 일부 지자체들이 청년들에게 현금복지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다. 정구열 UNIST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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