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7일 언양 오일장에 할머니들이 저마다 두릅 한바구니씩을 내놓았다. 언양읍성, 화장산, 등억, 간월산, 고헌산 등에서 따온 것들이다. 한방에서는 두릅의 뿌리껍질과 나무껍질을 ‘자노아(刺老鴉)’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 ‘노인을 자극하여 젊게 만든다’는 뜻.

개두릅나물을 데쳐서/ 활짝 뛰쳐나온 연둣빛을/ 서너해 묵은 된장에 적셔 먹노라니/ 새장가를 들어서/ 새 먹기와집 바깥채를/ 세 내어 얻어 들어가/ 삐걱이는 문소리나 조심하며/ 사는 듯하여라/ 앞산 모아 숨쉬며/ 사는 듯하여라… ‘개두릅나물’전문(장석남)

두릅은 크게 땅두릅, 참두릅, 개두릅으로 나눈다. 땅두릅은 나무가 아니라 땅에서 캐낸다. 바람이 불어도 잘 흔들리지 않는다 해서 ‘독활(獨活)’이라고 한다. 바람 속에서도 홀로 꼿꼿히 살아간다는 의미다.

참두릅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이다. 참두릅에는 잔가시가 있어 먹을 때 가시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 개두릅은 음나무에서 자라난 새순이다. 무서운 가시가 돋아나 있어 ‘엄나무’라고도 불린다. 그렇지만 말만 엄한 나무지 맛과 향은 반대다. 김구 선생은 그가 은거했던 마곡사 뒷산의 두릅나무 순을 유난히 좋아했다. 가시 돋친 엄나무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 그 게 김구 선생의 맛일까.

개두릅과 참두릅은 언뜻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만 개두릅은 ‘음나무 속’이고 참두릅은 ‘참두릅 속’으로 집안이 다르다. 이렇게 먹으나 저렇게 먹으나, ‘개’나 ‘참’이나, 봄에 먹는다는 점에서 다 같은 두릅임에는 틀림없다.

▲ 개두릅(엄나무순)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 술을 즐길 때에/ 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 이것이로구나.… ‘농가월령가’ 3월령

3월(음력)로 치면 산은 두릅이요, 바다라면 조기다. ‘3월 거문도 조기, 7월 칠산 장어와 안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두릅과 조기는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산나물 중에 두릅나물만이 유일하게 조기나 굴비를 엮듯이 엮어 판다. 두릅에는 사포닌이 들어 있어 혈당강하 및 혈중지질 저하 효과가 있다. 쌉싸름한 맛의 출처인 사포닌은 바로 인삼, 도라지, 더덕 등의 쓴맛이다. 두릅은 마치 왕관처럼 생겨 ‘산채의 왕’이라고 불린다. 가지 끝에 달리는 나물이라고 목두채(木頭菜), 용의 비늘같다고 자룡아(刺龍芽)라고도 불린다. 가지 끝 봄나물에 입맛이 새순처럼 돋아 나온다. 이재명 논설위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