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콩나물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까지 시루가 기여한 몫이 상당하다. 시루는 김이 통하도록 바닥에 구멍이 여러개 나 있는 둥근그릇으로 주로 떡을 찔 때 사용한다. 콩나물시루도 그와 비슷하다. 콩나물시루는 구멍이 뚫린 용기를 말하지만 콩나물을 키우려면 Y자형 나뭇가지 받침, 물을 받칠 수 있는 넓적한 용기, 물을 뜰 수 있는 작은 바가지가 한 세트를 이루어야 한다. 나무로 된 시루도 있었으나 관리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 때문에 흙을 주재료로 한 옹기시루가 일반적이었다. 금이 간 옹기를 철사로 묶어 콩나물시루로 사용하기도 했다.

콩나물시루는 대개 온돌방 윗목에 놓여 있었다. 시루에 콩을 담아 그늘진 곳에 두고 수시로 물만 부어주면 쑥쑥 자라나는 것이 콩나물이다. 콩은 물을 먹는지 안 먹는지 모를 정도로 바로 그 자리에서 물을 흘려보내지만 어느새 연둣빛 고운 싹을 틔운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찬 모습을 ‘콩나물시루’라고 표현하듯, 시루가 터질듯 빼곡하게 노란 콩나물이 자라나면 밥상도 더불어 풍성해진다.

▲ 콩나물시루

생활이 넉넉지 않던 그 옛날엔 콩나물시루가 집집마다 필수품이었다. 가족들은 방을 들락거릴 때마다 시루에 물 한바가지를 끼얹어주는 일이 일상의 버릇처럼 되어 있었다.

콩나물시루는 결혼식이나 제사와 같은 큰 행사 때 더없이 유용했다. 시루에서 뽑아낸 콩나물은 큰 돈 들이지 않고 국이나 나물로 요리해서 많은 사람을 대접하기에 제격이었다. 시루 하나로 부족할 경우에는 이웃집에 품앗이를 요청하여 일품을 나누기도 했다.

큰 일 전날엔 친척이나 이웃들이 한데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콩나물을 다듬기도 했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이지만 정과 인심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기에 콩나물시루가 한 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