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건축물은 분명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지만 그 건축물 속에 들어가 생활하는동안 사람들은 건축물에 의해 길들여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건축은 사람들의 삶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울산시교육청이 올해부터 학교 공간 재구조화를 위한 학교공간혁신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한다. 교육부가 올해초 내놓은 학교시설환경개선 5개년 계획이 울산에서도 추진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향후 5년간 1250여개 학교 공간을 미래지향적인 시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900억원을 투입하고 2021~23년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획일적인 학교 공간의 대폭적인 변신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쑥쑥 키워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공간 혁신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기획총괄감독과 실행총괄감독으로 유명희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와 홍경숙 건축사를 위촉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래된 학교를 보수하는 수준이거나 표본 구조를 제시하면서 그대로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가 나서 교실단위나 영역단위로 변화가 필요한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관건은 교육부­시교육청­학교­전문가의 협력체계다. 간섭이나 통제가 아닌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협력체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공간 혁신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벌써 학교공간 혁신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다락방같이 꾸며진 공간에서 맨발로 책을 읽는 도서관이 있는 학교가 있는가하면 난방이 되는 마루에서 독서캠프를 하는 학교도 있다. 어떤 학교는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꾸며서 쉼·놀이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꿈을 담은 교실 프로젝트, 광주시는 학생중심의 공간혁신 프로젝트, 부산시는 스토리가 있는 별별학교 공간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학교가 회색 컨테이너같은 건축물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외장재나 컬러가 달라졌을 뿐 내부를 들여다보면 네모 반듯한 교실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한 건축가는 그의 책에서 “공간적으로나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는 12년동안 아이들을 수감상태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학교건축를 비판하고 있다.

극히 일부 공간을 재구조화한다고 해서 당장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는 없겠지만 건축디자인을 통한 어포던스(Affordance·행동유도성)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이 되고 있으므로 울산시교육청의 이같은 시도는 아이들의 새로운 행동과 생각을 유발하고 머무르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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