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의 입지가 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 인근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2월 초 이미 부산과 울산 경계 지역으로 내정됐던 원전해체연구소는 현재 산업부와 사업비 분담률 조정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주시는 물론이고 동해안 5개 시군, 경북도가 원전해체연구소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울산은 고리·신고리 원전 반경 30㎞ 이내에 시민 120만명의 94%가량이 살고 있고, 부산 또한 기장군민들이 원전 인근에 살고 있다. 고리 1호기를 기준으로 반경 50㎞ 안에 부산과 울산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5.8%에 이른다. 국내 원자력 사업체와 원전 해체 사업체들도 대부분 울산에 있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원전해체연구소가 울산·부산의 경계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울산과 부산 경계에 들어서는 원전해체연구소는 설립예산이 2400억원이다. 당초 산업부 용역에서는 사업비 2400억원 중 1200억원을 한국수력원자력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 480억원, 지방비 480억원, 민자 240억원으로 충당키로 했으나 지방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 울산과 부산 각 130억원씩 도합 260억원을 부담하기로 잠정 조율했다. 원전해체연구소는 한수원·정부·지자체·민자 등이 합작하는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따라서 원전해체연구소의 입지는 그 동안 목숨을 담보로 전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해 왔던 울산·부산 시민들에 대한 보답일 뿐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3만6000㎡ 부지에 실험실과 분석실, 해체기술 실증과 인증시설, 방폐물 시험시설, 모의훈련시설 등을 갖춘다. 연간 운영 예산은 500억원이다. 오는 5월께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치면 2020년께 착공해 2022년쯤 완공한다.

국내 원전은 총 25기 중 2017년 6월 첫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12기의 설계수명이 끝난다. 1기당 해체 비용은 7500억~8000억원, 이들을 모두 해체하는데는 10조원 가량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해체산업 시장 규모를 1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30년까지 72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은 원전과 관련된 많은 산업과 기업체가 밀집돼 있다. 세계적으로 원전해체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일본, EU(유럽연합)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 해체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해체 기술을 쌓아왔다. 울산이 세계 원전 해체산업의 메카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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