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정주여건 개선 노력 병행돼야
탈울산 막고 인구유입 늘 것

▲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표현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 중에서 많은 부문이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 ‘일·가정 양립’ 등 소위 워라밸을 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울산 인구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중이라 한다. 청년층(20~34세) 인구는 2015년도 대비 2018년도엔 9.12%가 감소하였고 최근 3년간 청년층에서만 2만 여명이 울산을 떠났다. 특히, 이 중에서 30~34세 비율은 3년 동안 약 20%가 감소했고 남성보다 여성이 감소폭이 컸다. 이로 인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까지 왔다.

청년층의 유입보다 유출이 왜 더 많을까. 각종 지원에도 우수한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할까. 주력산업 부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잉여인력의 이탈현상 등 대내외적인 환경에 의한 피치 못할 이유도 있겠지만, 청년층의 장래 직업선택과 생활방식의 트렌드 변화에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장에서 만났던 몇몇 기업인은 요즘 청년층은 수입이 적어도 야간 없이 주간근무를 선호하고 주말이나 연장근로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인건비 지원 등 각종 지원방안은 일시적이며 신입직원이 주된 대상이다 보니 기존 인력과 역차별이 발생되어 사업주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증가된다고 정책의 실효성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한편, 특성화고등학교 학생과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은 일하기 편한 직장, 문화 및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즉, 워라밸이 가능한 직장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워라밸을 즐기면 될 텐데 청년층 유출은 왜 늘어나고 있는가?

필자는 정부의 각종 지원방안에 대한 기업인이 느끼는 정책체감도가 기대보다 낮고,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많은 울산지역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자녀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등 직장 선택의 눈높이가 타 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한다.

한편, 미래형자동차·3D프린터·드론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신산업 관련 기업의 유치와 체계적인 전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청년층의 울산 정착에 필요조건인 주택, 교육, 문화, 의료, 대중교통, 쇼핑 등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정주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유출을 막는 방안으로 제안해 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정주여건 개선 등을 위하여 국토교통부와 함께 ‘중소기업 재직자 전용 임대주택 공급 MOU’를 추진한 바 있다. 지자체,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중애서 LH에 매각 또는 장기임대 가능한 토지를 발굴하여 중소기업 재직자 전용 임대주택을 확대·공급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울산중기청도 지역의 시·군·구와 꾸준히 협의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라 관계기관의 인식과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 외에도 울산시는 취·창업한 전입 청년 대상 월세 1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우리 울산’ 프로젝트, 울산 공공병원 설립, 혁신도시 내 복합혁신센터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정책이 청년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보니 ‘일자리 만들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만 보고 오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볼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이 없는 울산의 대중교통 확충,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공공어린이집, 유치원 등 공공교육시스템 확충, 문화·예술·관광 관람 쿠폰제 도입, 먹거리 타운 조성 및 미래를 위한 교육인프라(전문가, 콘텐츠, 교육장 등)개발 등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청년층 인구감소는 단순 현상 아닌 울산의 미래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 ‘워라밸 울산’을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정주여건 조성을 제안해 본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