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사계는 일년을 사계절로 나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말한다. 많은 예술장르에서 사계절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가는 그림으로, 시인은 시로. 음악에서도 사계절을 표현한 곡이 많이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사계는 바로크시대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다. 1723년에 작곡되어 1725년 암스테르담 르세느출판사에서 출판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밖에도 고전주의시대 작곡가 하이든(1732~1809)의 오라토리오 <사계>가 있고, 낭만주의시대 작곡가 차이코프스키(1851~1926)도 1년 열두달의 분위기를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피아노 독주곡으로 남겼다.

요즘같은 봄날에는 많은 음악회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듣게 된다. ‘봄’은 겨울의 삭막함을 깨고 세상에 펼쳐지는 봄기운을 전체 3악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1악장은 알레그로(빠르게)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풍경이 바이올린 소리를 통해 들려온다. 2악장은 라르고(느리게)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의 모습과 나른한 봄기운으로 낮잠에 빠지는 목동의 모습이 연상된다. 3악장은 다시 알레그로. 빠른 템포로 흥겨워지며 들에서 양치는 목동들이 즐겨 불던 피리소리를 바이올린으로 표현했다. 저음파트가 길게 지속음을 내며 흥겹고 경쾌하게 연주된다. 이렇게 기악으로만 연주되는 이 곡을 작곡하기 위해 비발디가 봄의 의미와 봄 풍경을 참고한 시는 다음과 같다.

1악장.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며 봄에게 인사한다. 산들바람에 실려 나와 냇물은 도란도란 흘러간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자 천둥이 울려 퍼지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면 작은 새들이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기 시작한다. 2악장 꽃이 한창인 아름다운 초원에는 나뭇잎이 속삭이고 산의 양치기는 충실한 개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3악장 요정이 나타나 양치기의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이 눈부신 봄날에.

#추천음악

비발디의 사계를 탄생하게 한 이 시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요즘 우리 주위의 봄 풍경과 딱 맞아떨어지는 곡인 <사계> 중에서 ‘봄’을 들어본다면 경쾌하고 아름다운 봄날을 더욱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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