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울산경찰청 압수수색으로
검경의 감정싸움 재점화 돼선 안돼
정치수사 논란, 실체를 밝혀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지난해 봄에 이어 올 봄에도 울산의 검찰과 경찰이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달라진게 있다면 창과 방패를 바꿔 쥐었다는 것. 황운하 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수장이었던 지난해 울산 경찰은 고래고기 환부사건으로 검찰에 파상 공세를 펼쳤다. 황 청장도 수사권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가 검찰의 비협조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압박했다. 반면 지금은 검찰이 창을 들었다. 울산지검은 지난 9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112종합상황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된 경찰관 A씨를 겨냥한 것이다. A씨는 지난해 초까지 김 전 시장 동생 수사를 담당했으나 부적격 논란이 불거져 교체된 인물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후보인 김 전 시장을 겨냥한 기획·공작 수사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경찰은 지난해 김 전 시장 측근 관련 수사 3건을 동시에 진행했다. 특히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시장후보로 확정된 날 당시 시장 비서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관련 수사를 선거 이후로 미루는 관례를 깼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는데 경찰이 정치선거 의혹을 자초했다’는 일부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검찰은 최근 경찰이 송치해온 이들 사건 중 2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김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은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의 지난해 지방선거 개입여부 고소·고발건과 관련한 수사의 첫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의 창 끝은 자연스레 당시 수장인 황 청장을 겨눈 것으로 보여진다.

울산지검은 한국당과 박기성 전 시장 비서실장 등이 직권남용 및 선거개입, 피의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죄 및 직권남용죄, 피의사실공표죄 등의 혐의로 황 청장을 고소·고발한 3건을 함께 수사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 이미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사실의 실체를 상당부분 들여다봤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올 상반기 내에 기소 여부를 떠나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분명한 것은 검찰의 이번 수사가 신속·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황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방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검경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쳤던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아직 최종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의 비협조로 증거수집에 애를 먹으면서 사건 핵심인 전관예우 의혹을 밝히지 못하게 됐다는 시선이 남아있다. 앞서 검찰이 사실상 경찰을 겨냥해 ‘피의사실공표’를 문제 삼고 나선 것도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로서도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한 반격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불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김 전 시장 주변인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된 수사였는지를 시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검찰은 한국당의 주장처럼 황 청장과 일부 정치경찰의 권력형 공작수사였는지, 아니면 정해진 절차에 따른 정당한 수사였는지 명쾌한 결과로 답해야 한다.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도 필요해 보인다. 경찰로선 검찰 수사결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수사, 공작수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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