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 손놓은 정치인들
국가경제 이바지한 기업인 홀대
가정·학교 교육 붕괴 안타까워

▲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최근 유명 연예인의 마약과 성매매, 정치인들의 끝없는 탐욕이 확대 재생산 하는 사회적 갈등과 불신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는 가운데 기업범죄와 재벌총수의 불행한 최후 등 연일 우울한 뉴스만 계속되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불발과 불안한 북미 관계하에 학수고대하던 북방경제를 통한 한반도의 경제 활성화에 대한 상실감과 한일관계의 갈등 속에서 한국 위상 추락과 수출감소로 국내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필자가 재일교포 2세 의사 출신으로 일본 의료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재일 한국 중·고등학교 이사장의 초대로 일본을 방문, 면담했을 때 그는 필자에게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도대체 국익을 알고 정치를 알고 있는가? 국익 중심의 냉엄한 국제정치와 경제환경 속에서 한국 정치인과 그들의 비호 하에 활동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강성노조가 한국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일본 경제인과 지도자는 한국 내 일본기업과 자본을 철수와 함께 경제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악화하는 한-일관계와 한국의 고립화를 걱정하고 통탄하였다. 그는 긴 한숨과 함께 옛 고구려 역사부터 현재까지의 한-일 관계, 특히 우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정할 수 없는 일본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창업 1세대의 한국경제 기여도를 설명하면서 한국 내에서 그들의 영욕과 추락, 불행한 최후를 소상히 언급하며 작금의 한국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그는 “내가 일본 속에 한국인의 존재와 위상을 위해서 폐교된 일본 공립학교를 매입하여 일본 내 한국인 최초의 사립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이유다. 과거 내가 한국의 사회복지 분야에 투자, 진출하려고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지만, 한국은 불안하고 문제점이 많아서 포기했다. 학교입학식에 참석해서 한 번 봐라. 또한, 교육에 있어서 가정에서 안 되면 학교에서 하면 되고 국가에서 안 되면 학교에서 하면 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그 다음 날 일본의 입학식에 참석한 나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입학식장에 입장하는 학생들의 절도있는 행동, 학생 한명 한명 호명할 때마다 벌떡 일어나 짧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모습, 엄숙하고 경건한 학생과 학부모의 자세를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한국 같은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운 입학식 분위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학생들은 마치 잘 훈련된 소년병 같았다. 그 순간 이렇게 교육받은 일본과 우리가 만약 전쟁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했을 때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중·고등학생 기숙사에는 와이파이만 설치되어있을 뿐 인터넷과 컴퓨터가 없었고 필요시에는 선생님의 허가 하에 교무실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일본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 휴대가 금지됨에 더욱 놀랐다. 한국에서는 학생인권과 학부모 눈치 보느라 선생님들의 교권이 추락하였고,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학생들 간의 협동과 배려는 사라졌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경쟁자가 돼 이기심으로 가득 찬 곳으로 전락했다.

귀국길의 나리타 공항에는 찢어진 청바지, 염색한 노랑머리, 슬리퍼, 난해한 여성 복장, 낯뜨거운 남녀애정 행각을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일본의 미풍양속과 사회질서를 비롯한 일본의 고유문화와 소중한 가치를 협동과 배려 속에서 교육하고 있었다.

재일교포 2세 의사이자 학교 이사장은 필자에게 3가지 메시지를 당부했다.첫째, 악화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저주와 분노의 감정을 자제하고 10가지의 할 말 중에서 7가지만 말하고 일본을 극복할 때까지 3가지는 남겨두라. 둘째, 가정과 학교에서 무너져 가는 한국의 전통과 정신문화를 복원하고,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기업인의 공과는 논하되 그들을 망신주고 너무 가혹하게 홀대하고 폄하 말라. 셋째, 한국의 정치지도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강성노조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를 살피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치인과 지도자의 언행일치와 신뢰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일본에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면 한국에는 고결하고 품격있는 선비정신이 있었다. 그 선비정신은 지금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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