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동족상잔만큼 잔인한 말도 드물다. 혈육끼리 총칼을 겨누고 도륙을 일삼은 상처는 역사에도 깊은 상처다. 경계가 없는 그리움을 물리적인 경계로 막아버렸다. 이념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부모자식, 형제들의 이야기는 부지기수다. 이제는 식상하기 쉬운 소재를 비교적 신선하게 다룬 소설이 <니모의 전쟁>(김태환)이다. 모티프는 조성길 이탈리아 대리대사의 탈출로, 색다른 소재다. 주제는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의 아픔이다. 그 아픔을 구두수선공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노인의 개인사로 풀어냈다.

니모는 <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흰동가리의 이름이다. 어린 니모의 납치로 자식을 찾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다룬 인기 만화영화였다. 아버지의 좌충우돌이 주제지만 소설은 그 설정을 뒤집는다. 소설은 아들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버지를 버리고 간 할아버지를 찾아 조성길이 탈출을 감행했다는 가정으로 풀어냈다.

주인공 조태진은 한국전쟁으로 운명을 바꾼 채 평생을 살았다. 독립군의 후손으로 누구보다도 통일조국을 꿈꾸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전쟁으로 송두리째 뽑히고 만다. 염원의 상실과 함께 자신의 신분까지도 철저히 숨기고 살 수밖에 없는 운명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인민군 상좌의 신분이면서도 거제 포로수용소와는 무관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아무런 제재도 없이 살았다는 사실은 언뜻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쟁의 소용돌이가 엉망진창으로 바꾼 것이 어찌 한 사람의 운명뿐이겠는가?

그의 북한에서의 행적과 조성길의 할아버지라는 설정은 기발하고 발칙하다. 자칫 정치와 안보전반을 흔들 수도 있는 사건을 통일국민 1호라는 결말로 아우른 것도 참으로 놀랍다. 통일국민이 되고 싶은 것은 모든 이산가족의 염원에 대한 배려로 읽혔다.

조성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명분도 밝혀진 바가 없다. 그의 탈출이 새로운 이산의 아픔이 되지 않기를. -니모의 전쟁이 끝난 걸 축하합니다- 소설의 결말처럼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시작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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