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그리고 ‘함께 한다’는 뜻의 조사 ‘랑’을 조합한 말이다. ‘해파랑 길’은 다시 말하면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다.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770km에 이르는 이 길은 50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난 2016년 개통됐다. 그 중 울산구역은 간절곶(4코스)~정자항(10코스)까지 7개 구간(102㎞)으로 이뤄져 있다.

울산지역의 걷기코스 2개를 꼽다면 영남알프스 산꼭대에 있는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과 바닷가에 있는 울산 해파랑길을 들 수 있다. 하늘억새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그야말로 하늘 길이고, 해파랑길은 해발 0m의 바닷가 길이다. 둘 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란색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 하늘억새길에는 울창한 나무가 있고 해파랑길에는 너울거리는 파도가 있다. 하늘억새길에서 보는 세상과 해파랑길에서 보는 세상은 1000m라는 해발고도의 차이만큼이나 풍경이 다르다. 이런 극명한 차이는,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울산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울산만의 관광자원이다.

해파랑길은 하늘억새길에서 보이고 반대로 하늘억새길은 해파랑길에서 보인다. 가지산과 백운산에서 발원한 태화강은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을 때로는 호수에 가뒀다가 때로는 구불구불한 들판길을 뱀처럼 헤쳐나가다가 마침내 맑은 동해의 파란 바닷가에 다다른다. 바다와 산이 합일하는 태화강의 물길은 영남알프스와 동해가 조우하는 울산의 탯줄이다.

지난 12일 울산시는 ‘울산권역 해파랑길 정비사업 및 해파랑길 걷기여행 운영 활성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료를 보면 아직 울산권역 해파랑길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안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민들조차 울산의 해안길은 대부분 공단으로 막혀 단절된 구간이 많고 볼 것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반면 울산과 바로 인접해 있는 경주의 읍천항과 주상절리길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런 인식을 걷어내는 것이 울산관광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슬도~대왕암공원~일산해수욕장, 주전해변~정자항~강동주상절리 등의 구간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해안탐방길이다. 여기에 염포산에서는 세계 최대의 공단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멀리 태화강의 물줄기를 따라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을 볼 수 있다. 관광은 결국 홍보다. 아무리 좋은 경관이 있어도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그 가치를 몰라 본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우선 해파랑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그 다음으로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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