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가 울산·부산 접경지역에 설립된다. 15일 이를 위한 산자부·울산·부산이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정부는 “원전 노형별 기술적 특징, 현장 접근성, 기존 인프라와 연계성 등에서, 경쟁을 벌였던 경주에 비해 유리하다”고 울산·부산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원전해체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960~1980년에 건립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 미국 등지의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원전해체가 시작됐고 후발 원전국가들도 해체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216기에 달하는 등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가동중단한 고리1호기의 해체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원전해체산업이 당장에 먹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해체연구소 설립은 우리나라 원전해체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해체기술력 확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가운데 우리나라는 현재 17개 기술만 갖고 있다. 해체 준비와 제역, 폐기물 처리, 환경복원 분야에 걸쳐 21개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미래부가 2015년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했음에도 산업통장자원부가 먼저 원전해체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면서 사실상 중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펴면서 ‘선 원전해체연구소 설립­후 기술력 확보’로 순서를 바꾼 셈이다. 이는 연구소 설립과 동시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기술력 확보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세계 원전해체 시장이 2050년 440조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자체 기술력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울산과 부산의 공조도 중요하다. 부산은 기계부품업과 연구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생산성기술연구원 동남본부가 부산지역 원전해체기술개발지원사업을,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는 원전해체용 레이저절단기술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울산은 플랜트·정밀화학·환경복원 등의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원천기술 확보가 쉽고 원전해체기술연구의 실증화도 용이하다. UNIST,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등 연구인력도 집중돼 있다. 그런데 울산과 부산의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문을 어디에 두느냐는 등의 논쟁이 일고 있다. 합리적 객관적 미래지향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하면 될 일이다. 공연히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해 상생(相生)이 아닌 상충(相衝)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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