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
‘구체적·실질적 논의’ 강조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빅딜’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북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3차 북미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면서도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자칫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측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언사로 해석될 수 있음에도 이와 관련한 언급을 삼간 것은 단어 하나, 문구 하나에 일일이 의미를 두지 않고 큰 틀에서 김 위원장의 대승적 대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비핵화 대화 시한을 연말로 못 박으면서 사소한 것에 발목을 잡혀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지연돼서는 곤란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지난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강조한 것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