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

‘구체적·실질적 논의’ 강조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서 남북대화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비핵화 해법을 놓고 뚜렷한 간극을 표출하고 있는 북미 양국 사이에서 남북대화를 ‘마중물’ 삼아 다시금 핵중재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빅딜’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북한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3차 북미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면서도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자칫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측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언사로 해석될 수 있음에도 이와 관련한 언급을 삼간 것은 단어 하나, 문구 하나에 일일이 의미를 두지 않고 큰 틀에서 김 위원장의 대승적 대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비핵화 대화 시한을 연말로 못 박으면서 사소한 것에 발목을 잡혀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지연돼서는 곤란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지난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강조한 것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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