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장식 목재로 진화 어려워
화재 1시간만에 첨탑 무너져
보수공사용 시설서 실화 무게

▲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자 역사적 장소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 첨탑이 불에 타 붕괴되는 순간들을 포착해 합성한 사진. 실화로 추정되는 이번 불로 지붕과 첨탑이 붕괴하는 커다란 손실이 났다. 현지경찰은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상징으로 최대 관광명소 중 한 곳이자 역사적 장소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오후(현지시간) 큰불이나 지붕과 첨탑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파리시와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0분께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경찰은 즉각 대성당 주변의 관광객과 시민들을 대피시켰고,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네시간 넘게 불은 계속됐다. 건물 전면의 주요 구조물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당 내부 목재 장식 등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진화작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불이 난지 1시간여 뒤 나무와 납으로 만들어진 첨탑이 무너졌을 때는 파리 도심 전역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위로 치솟는 짙은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경찰은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면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랑스2 방송은 경찰이 방화보다는 실화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명칭 노트르담은 ‘우리의 여인’ 즉, 가톨릭의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역사적으로 노트르담은 혁명 이전까지 가톨릭국가 프랑스의 정신적 지주인 동시에 정치의 중심이었다.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주요한 의식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5세, 메리 여왕 등 영국과 프랑스 왕가의 결혼식이 열렸고, 1804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거행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의 구국 영웅 ‘잔 다르크’가 처형된 후 재심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역사성과 예술성을 자랑하는 노트르담은 문화·예술인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됐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걸작 ‘노트르담의 꼽추’에서는 노트르담 자체가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 대성당은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과 주변 지역의 이러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센강변을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하루 평균 3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각국 정상도 신속한 진화를 당부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엄청나게 큰 화재를 지켜보려니 너무도 끔찍하다”며 빨리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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