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울산이라는 도시를 ‘기형화’하고 있다. 롯데는 KTX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중단시키고 이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전환하더니 급기야 강동관광단지내 리조트 사업을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롯데의 표리부동은 익히 알고 있던 터이지만 장사속으로 울산광역시 도시개발의 근본을 송두리째 흔들겠다는 발상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강동리조트 사업은 콘도(객실 294실),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롯데가 공사 중단 8년만에 내놓은 안은 콘도와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의 시설을 대부분 빼거나 축소했다. 콘도도 일부를 ‘레지던스’라는 말로 바꿨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단기 숙박시설인데, 현대중공업 등 울산지역 기업에 2~3년씩 장기파견 근무하는 국·내외 근로자를 상대로 아파트와 다름없는 숙박시설을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즉 울산관광산업의 요체인 강동관광단지 사업은 안 하고 부동산을 이용한 잇속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강동관광단지는 울산관광 백년대계의 근간을 이루는 지역이다. 이번 롯데의 행위는 강동관광단지 속의 리조트사업을 변형시켜 노른자위만 쏙 빼먹겠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의 행각은 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KTX복합환승센터 부지를 갑자기 임시 유료주차장 부지로 바꿨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지하 1층, 지상 7층의 복합환승센터를 짓기로 허가를 받았으나 불과 6개월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복합환승센터의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며 부지를 임시 유료주차장으로 전환시켰다. 울산시민의 발이나 다름없는 복합환승센터는 이제 언제 지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태로 있다. 시민들은 유료주차장 보다는 모든 교통수단이 집결하는 KTX복합환승센터가 하루 빨리 건립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롯데는 오로지 수익성에만 매달릴 뿐 울산발전은 시민들의 안중에 없다.

울산시민들은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울산지역 사업들이 잘 풀리기를 합심으로 기원했다. 특히 롯데는 미래 성장을 위해 5년간 50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시민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롯데는 울산시민들을 철처히 외면했다. 국민정서를 배반한 기업은 소비자가 용서하지 않는다. 특히 창업주의 고향인 울산에서 이번에 롯데가 보여준 과감한 강동관광단지 사업방향 선회는 시민들에게 전례없는 배신의 정서로 깊게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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