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여 한 번도 선생님을 바라보지 않는다. 슬며시 모둠 활동할 때 다가가 보니, 열심히 주어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지?’ 한참 시선을 두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딱 마주쳤다. 마스크 속 입술 모양이 보이지 않지만 겸연쩍게 웃는 모습이 역력한 눈빛.

아! 풀메!-풀(full) 메이크업(make up)의 줄인 말, 색조화장까지 모두 된 상태- 얼굴에 화장을 한 것 때문에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섭섭했다. 학생들과 수업할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아이들의 눈빛에서 ‘아~’하는 순간의 빛이 발견될 때인데, 벌써 몇 시간째 눈을 들어 나를 보지 않는 학생이다. 작년에 담임을 했기에 그 학생이 얼마나 공(?)을 들여 화장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렇다고 소위 ‘까진’ 아이가 아니다. 다만 화장을 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이 너무 어색해서 화장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하는 학생이다.

주말 시내 거리를 걷다 보면, 메이크업 베이스를 발라 피부 결을 정돈하는 아이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화장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학생이 있나 싶을 정도로 학생화장은 널리 퍼져있다. 어른들 눈에는 지금이 너무 예쁜데, 저 예쁜 얼굴에 어색한 화장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아이들은 전혀 모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니 아이들 탓이 아니다 싶다. 어릴 적 ‘예쁘다’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은 ‘예뻐야 한다’를 의식하게 된 것이 아닐까? 공영방송에서부터 유튜브의 영상까지···. 항상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예쁘다’라는 평가를 포함한 외모평가가 이루어진다. 어린아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조차 ‘예쁜 000야’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끊임없이 재생산 되는 ‘예쁘다’의 칭찬을 보며,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예뻐야 한다’의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지금 너희 모습은 너무 예쁘고, 지금 그 뽀얀 어린 피부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는 말도 결국 ‘예쁘다’를 칭찬하는 말이지 않은가? 각각 다른 외모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많이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들도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며 굶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단 여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학생들도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키가 또래보다 작거나, 얼굴에 뾰루지가 나거나 하는 등의 각기 다른 신체적 조건들로 인해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따돌림을 겪기도 한다. 외모평가가 만연한 사회에서 “외모에 신경 쓰지 말고, 너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실력을 쌓아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외모도 엄연한 경쟁력이라고 믿는 사회라는 것을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다.

가끔 풀메를 하던 학생이 화장을 안 하고 온 날. 나는 학생에게 ‘오늘 예쁜데~’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하면 화장 안 한 행동을 칭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자기 모순적이었던가? 이제부터 아이들의 외모에 대해서 칭찬하지 말자. 그게 ‘예쁘다’ 일 때는 더욱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외모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어울려진 세상이 정말 ‘예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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