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단일 금융회사에서 1천만원 미만의 빚을 진 소액연체자 81만명을 적극 구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체 신용불량자 수가 7월말 현재 335만명에 달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서다. 무조건 구제하는 것이 아니고 채무상환 의지와 능력이 있고 소득이 있는 자에 한해 해당 금융회사가 채무를 일정부분 탕감해 주거나 상환기간 연장,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신용회복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채무구제는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하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경영상태를 평가할 때 신용회복 지원실적을 반영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신용불량자를 적극 구제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이같은 시책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된 신용불량자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나, 과연 이러한 방법으로 신용불량자가 줄어들 지극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역효과만 내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회사에서 빚을 진 신용불량자들 대부분이 고리의 사채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대부분 빌리기 쉬운 사채를 먼저 쓴 뒤 추후 이를 갚거나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손을 벌리는 것이 대체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이들의 신용을 회복시켜 주더라도 고리 사채는 남아 있을 소지가 높아 정부가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소액 연체자 중 소득이 있거나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채무재조정 대상자가 과연 얼마나 되는 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금융회사들도 이번 정부 시책에 대해 "또다른 관치금융"이란 시각을 보이고 있어 적극적인 호응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부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할 경우 이는 금융회사들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이들의 리스크 관리능력이 상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소액연체자들이 많은 것은 스스로의 잘못 못지않게 경기를 살리기 위해 카드회사들의 무차별적인 카드발급을 방조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 급하다고 앞 뒤 가리지 않는 단기 처방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신용불량자들이 가장 큰 고통은 경제활동 측면에서의 불이익 보다 해결사들의 무자비한 협박과 공갈일 수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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