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울산시는 바다를 끼고 있는 강동지역을 해양관광휴양도시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언덕배기 조용한 어촌이었지만 잘만 개발하면 손색 없는 아름다운 관광휴양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해양관광휴양시설의 중심이 될 리조트 시설부지(99만6500㎡)가 2007년 롯데건설에 넘어갔다. 물론 그저 준 것은 아니지만 예상대로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특별한 혜택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이는 롯데의 창업주가 울산출신이기 때문으로, 성공한 기업인의 고향 울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기대했던 것이다.

4년전 울산시는 KTX울산역의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롯데에 요청했다. 강동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롯데와 울산의 인연에 또한번의 기대를 건 것이다. 다행히 역세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롯데는 울산시의 예정보다 더 큰 규모의 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울산시는 도시공사가 개발한 3만7732㎡를 롯데에 매각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주차장 부지 3만7663㎡를 30년간 임대하도록 해주었다. 이 역시 롯데 창업주와 울산의 각별한 인연이 고려된 특별한 혜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동상이몽이었다. 13년이나 지나 이제와서 롯데는 강동에 리조트가 아닌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를 짓겠다고 한다. 콘도와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의 관광문화휴양시설을 통해 마이스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했던 울산시민들의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것만 해도 울산시정에 막대한 지장이 우려되고 있는데 KTX울산역의 복합환승센터 부지에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웃렛·영화관·쇼핑몰 등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겠다며 부지를 확보해놓고는 아파트와 상가를 지어 분양, 돈만 챙겨 가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기본 양심조차 없는 행태다.

롯데는 강동이든 역세권이든 애초의 목적대로 개발하지 않으려면 부지를 되돌려 주는 것이 백번 지당하다. 아울러 업무협약 위반과 개발 지연으로 인한 울산발전 저해에 대한 손해도 배상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도덕적 관점에서도 결코 묵과할 수 없지만 위약에 따른 법적인 제재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110만 울산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는 ‘막돼먹은’ 기업에게는 조금의 특혜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강동이나 역세권의 그 부지는 어떤 경우에도 ‘마이스산업의 전진기지’라는 애초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환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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