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통큰 후원 펼쳐온
현대자동차의 미술사랑을 접하며
기업의 모태 울산에 풀 보따리 기대

▲ 홍영진 문화부장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누구의 작품일까.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알프레드)에 따르면 고흐, 클림트, 르누아르를 제치고 폴 세잔이 정상을 차지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유명한 피카소 조차 세잔을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 불렀다고 한다. 그림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가로·세로 130㎝, 90㎝ 길이의 유화다. 2011년 개인간 거래를 통해 원화 2622억원에서 3147억원 사이로 추정되는 금액에 양도됐다. 정확한 거래가는 아직도 비공개다. 구매자는 카타르의 왕족. 중동을 대표하는 알자지라방송 본사가 있고, 이슬람미술관과 아랍근대미술관이 들어서며 중동의 미술허브로 부상했다. 2022년 월드컵유치국이기도 하다. 이 카타르가 밀레니엄 이후 세계미술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는데 그 사실을 제대로 입증시켜 준 것이 바로 세잔의 그림이었다.

세잔을 극찬한 피카소는 2위를 차지했다. 그림 ‘꿈’은 열 일곱의 나이로 마흔 다섯 피카소의 뮤즈가 된 ‘마리 텔레즈 월터’를 그린 것이다. 9년 간 지속된 그들의 연애는 비밀스러웠다. 그녀와 결별한 피카소는 새 연인을 사귈 때 조차도 여전히 그녀와의 교류는 고집했다. 작품 소장자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업계 대부인 스티브 윈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그림을 팔지 못했다. 본인의 실수로 그림에 구멍을 내고 만 것이다. 기술의 힘을 빌려 감쪽같이 복원했고, 피카소의 파워를 증명하듯 2013년 뉴욕의 거부 스티븐 코언에게 1626억2000만원에 팔 수 있었다. 손상되었던 작품임에도 역대 피카소 작품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100점의 값비싼 그림을 소개한 이 책은 2015년 출간됐다. 그 사이 경매시장에는 종종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 눈이 번쩍 뜨일만한 가격으로 새 주인의 품에 안겼다. 그 중 한 명이 데이비드 호크니(82·영국)다. 사진가이자 팝아트의 대가인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미술가’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이 1019억원에 판매됐다.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대가의 예술이 세계미술시장을 또한번 강타한 것이다.

그의 개인전이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이다. 지난달 말 개막 해 이미 수만 명이 다녀갔다. 이 전시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주최했다. 그런데 테이트는 울산에 현지공장을 둔 현대자동차와 인연이 깊다. 바로 ‘현대 커미션’이다. 세계현대미술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현대차와 테이트 모던이 2014년부터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도 설립한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미술관의 연구와 학술을 지원하게 된다.

현대차는 또 미국 LA 카운티미술관(LACMA)과도 ‘더 현대 프로젝트’라는 장기 파트너십을 갖고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는 ‘MMCA 현대차 시리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 해에 한 명씩 중진작가를 적극 후원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미술문화와 공간디자인에도 관심이 높아 현지공장이 있는 전주에서는 4년째 ‘미술로 배우는 Dream Together’를, 광주에서는 사회적기업 ‘공공미술프리즘’을 지원하는 등 문화적 도시재생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울산은 2021년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한다. 올 하반기 미술관 부지에서 현장작업이 시작된다. 개관준비조직이 갖춰지면 소장품 구매와 대규모 개막이벤트가 기획된다. 울산 원도심에 들어 설 울산시립미술관은 그 자체가 도심을 미술지구로 바꾸는 도시재생사업이다. 그 중심의 미술관은 산업수도 울산의 오늘과 미래를 보여줄, 기술과 문화의 융합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문화기관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 동안 보여줘온 현대차의 미술 사랑과 통 큰 기부, 각 미술관과의 연계사업이 최초의 공립미술관을 세우는 울산에 어떤 호재를 안겨줄 지 자못 기대가 크다. 울산을 뿌리삼아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된 현대차가 새로운 지역 사랑으로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 지 궁금하다. 홍영진 문화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