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어법

우리말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은 한국어 경어법 활용을 매우 어려워한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경어법이 수직적 사고와 권위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등한 인격체로서 공존하려는 공동체사회 형성에 역행하는 어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어 경어법, 힘과 거리의 미학>의 이정복 교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바탕으로 높임 의지를 언어적으로 나타내어 다른 사람을 대우하는 것’이라고 경어법을 정의했다.

우리말의 경어는 인간관계에서 힘과 거리 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는 미묘하면서도 정밀한 체계를 유지하는 어법으로서, 예의와 상호 존중의 문화를 이루는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언어생활에서 우리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이유는 상하 질서와 횡적 친소 관계, 인간적 품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경어법은 기본적으로 주체와 상대 존대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행동의 주어를 존경하는 의미를 담은 주체존대와 상대를 높이는 상대존대가 경어법의 주축이다. ‘할머니께서 가신다.’ ‘선생님, 저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가 적절한 예문이다. 이렇게 우리말 경어법에는 서술어 어미 ‘-시-, ㅂ니다/습니다’를 활용하는 방법과 특수어휘인 ‘드세요, 계십니다, 잡수시다, 주무시다’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근래 고객 만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경어법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종업원이 고객에게 일방적인 존대를 표현하다가 도출된 비문법적인 표현이다. 우리말 경어법에는 사람이 중심이지 사물은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이 있다. ‘아메리카노도 있으세요, 카드 되세요, 만원 여기 있으세요, 가격이 얼마세요’ 등은 비문법적인 표현이다. 이외에도 활용이 축소되고 있지만 객체존대법, 친인척 간 대화 시에 사용하는 압존법, 한 문장에 복수 인물이 등장할 때의 표현법, 행동의 주어가 소유한 물건에 대해 존대하는 간접높임 등 다양한 어법적인 견해가 있는 것이 경어법의 현실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말에 녹아있는 경어법을 인간관계의 평등의식을 부정하는 어법이라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을 살려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우리말을 아끼고 발전시키는 길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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