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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태화강
[태화강]동창회를 기다리며봄꽃소식과 함께 기다리는 동창회
기억에 남는 몇몇 친구들 떠올리며
모처럼 만남이 모두에 즐겁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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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1  21: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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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사업수행지원센터 실장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 산천에 봄꽃이 만발하였다는 화신에 이어 동창회 소식이 날아든다. 각 지역마다 다투어 봄꽃축제를 열고 있지만 봄 행사의 백미는 역시 동창회가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동창회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우리가 잃어버린 나이만큼이나 아쉽고 그리움이 절절한 추억의 보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 스마트폰으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KTX 차표를 예매하노라면 이불보따리를 짊어지고 밤기차로 상경하던 아련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에 젖어들게 된다. 마치 어릴 적 소풍날을 기다리듯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치는 날은 아직도 또렷한 그간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오래 전이긴 하지만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몇 몇 친구가 있다. 동창회 전날 모교 운동장에 기수별로 천막을 치던 시절, 동창회 전날 오후에 뒤늦게 소형 트럭에 빈 사과박스를 가득 싣고 나타난 친구도 그 중 하나이다. 목장갑을 벗어 작업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하는 말이 참으로 걸작이었다. “나 내일 동창회 못 온다.” 집안에 잔치라도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대답도 단답형이다. “파종….” 그러면서 전야제 장소로 먼저 가라며 친구들의 등을 떼밀던 친구는 다음 날 동창회 행사가 파할 무렵에야 어제의 그 모습으로 사과박스를 가지러 다시 나타났다. 알고 보니 우리가 종일 깔고 앉았던 의자와 신문지를 덮은 간이식탁은 그 친구가 어제 저녁 홀로 남아 사과박스로 만들어준 ‘우정의 식탁’이었던 것이었다. 이후 동창회 행사를 이벤트회사에 맡길 때까지 ‘우정의 식탁’은 늘 묵묵히 우리와 함께 했다.

몇 해 전 동창회 전날에는 평소 인색하기로 소문난 친구 집에 여럿이 초청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집에서 키우던 염소를 잡고 손수 담근 막걸리에다 오곡밥에 묵은 김치와 약초 장아찌를 곁들인 푸짐한 ‘보약밥상’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멋진 전원주택은 아니었지만 농가주택 앞마당에 연못을 파고 과실나무를 심은 정원에서 평상 위에 한상을 차려놓으니 잔치 기분이 물씬 풍겼다. 뜻밖의 환대에 건배를 제의하니 이 친구의 건배사가 걸작이었다. “남들은 나를 보고 ‘노랑이’라 하는데, 사실은 ‘일 욕심’이 ‘돈 욕심’ 보다 많아서 바쁘게 일하다보니 베풀 시간이 없었다.” “올해 우리 모두 건강하고 쓸 만큼만 벌자!” 그 말의 의미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그 친구의 부연 설명이 더욱 재미있었다. “지나친 욕심 때문에 건강을 해치거나 파탄이 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먼저 욕심을 버려야 된다.”는 뜻이라 한다. 농사꾼이 유식하게 말하면 배운 친구들이 웃을까봐 나름대로 짧게 줄여서 말했다는 것이다. 모임이 파할 무렵 지난 가을에 담은 된장을 한 바가지씩 퍼주는 친구의 투박한 손을 바라보며 염치없이 된장 꾸러미를 넙죽 받아드는 나의 하얀 손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동창회에 가면 늘 뜻밖의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중병을 앓는다거나 사업에 실패한 이야기는 물론 가정사에 얽힌 어려운 사연들을 접하다보면 함께 우울해지기도 한다. ‘성공스토리’ 보다는 ‘숨겨진 실패담’이 더 많은 오늘날 이번 동창회에서는 과연 어떤 사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정치나 시국에 대한 이야기로부터는 초연할 줄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아마도 ‘건강과 노후’가 화두일 듯하다. ‘벚꽃엔딩’을 들으며 지난날을 추억하고 ‘고장 난 벽시계’를 부르며 ‘인생은 지금부터’를 외치겠지만 모처럼의 만남이 부디 모두에게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사업수행지원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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