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정체 직면한 울산의 새활로 찾고
다양성과 융합의 미래 비전 담으려면
책읽기를 문화도시의 첫걸음 삼아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다시 ‘책 읽기’다. 본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책 읽는 울산’ 캠페인을 전개한다.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세상사를 모두 읽을 수 있는 시대에 다시 ‘책 읽기’를 꺼내 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새로운 울산의 ‘앞으로의 교양’을 위해서다. 울산은 물질적 풍요라는 다리 끝에 서있다. 차분하게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또다른 교양을 갖추고 새롭게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

<물욕 없는 세계>를 통해 시간·경험 같은 비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를 예고했던 스가쓰케 마사노부가 새책 <앞으로의 교양>을 내놓았다. 이 책은 고전적인 교양에서 등장하지 않는 미디어, 프로덕트, 디자인, 건축, 사상, 경제, 문학, 예술, 건강, 생명, 인류 등 11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선정한 앞으로 살아가야 할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교양이다. 마치 흑백텔레비전처럼 아련한 ‘교양’이란 단어가 ‘앞으로의’를 만나면서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 또는 품위 있는 행동’이란 원래의 뜻을 되찾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의 교양’을 쌓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재미있게 살기 위해 세상을 횡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며, 모르는 것에 대해 계속 배우고, 의외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다시 책 읽기가 중요해진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울산에서 ‘책 읽기’가 중요하다. 앞으로의 울산은 지난 60여년과 같은 고속성장은 어렵다. 좁고 굽은 길이 예고돼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암울한 것은 아니다. 오솔길엔 새도 울고, 꽃도 피고, 산들바람도 분다. 새와 꽃과 바람을 행복으로 만드는 새로운 능력이 필요할 뿐이다. 책을 통해 그 힘을 길러야 한다. 물질적 성장과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지배해온 수직적 사고를 덜어내는 데 책 읽기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다양성과 융합, 횡적 사고와 의외성의 흡수는 책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책 읽기는 경제·복지·환경·교육·문화를 통괄하는 비전이다.

‘책 읽기 정책’은 낯선 일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부터 독서진흥에 앞장 선 지자체를 선정해 ‘책 읽는 도시’로 선포하고 전국 규모의 독서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열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는 김해가 지정됐고 올해는 청주에서 열린다. 청주시는 ‘기록의 시작, 책으로 꽃피다’를 주제로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전국 규모의 독서대전을 개최한다.

울산에서 가까운 김해시는 12년 전인 2007년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지속적으로 ‘책 읽는 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를 정비하고,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부서를 보강하고, 책 축제를 열고, 학교·기업도서관을 지원하고, 공공도서관을 대폭 확대해나갔다. 김해시민의 독서율은 전국 평균에 비해 10% 가까이 높은 75.2%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감소추세인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2008년 21.0%에서 2017년 52.5%로 상승했다. 10년 이상 계속된 정책에 피로감이 있을 법도 한데 김해시민들은 여전히 ‘책 읽는 도시 정책이 필요하다’(76.3%)고 말하고 있다. 김해시는 2035년 중장기비전으로 ‘책 읽는 문화특별시 김해’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 독서문화 1번지’를 목표로 ‘책 읽는 도시 정책’을 계속해나간다.

변화의 급류에 서 있는 울산이다. ‘부자도시’를 벗어난 울산이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대안은 역시 문화도시다. 그 문화도시의 첫걸음이 바로 ‘책 읽는 울산’인 것이다. ‘책 읽는 울산’은 행복한 울산을 위한 지평(地平)이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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