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북구가 ‘꽃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11일 꽃도시 조성·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미 꽃도시 조성을 담당하는 ‘꽃도시조성계’를 신설해 전담 인력도 배치했다. 구청장이 내놓은 방안이라는데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꽃도시’는 느닷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울산 북구가 꽃도시가 돼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또 꽃도시 조성을 위한 계획을 들여다보면 북구만의 독창적인 꽃도시 조성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북구청이 내놓은 사업내용에는 도로에 꽃 조형물을 설치하고, 아파트나 주택가에 정원을 만들고, 유휴 공간을 활용해 힐링 공간을 조성하고, 실내조경을 개선하고, 위생접객업소 앞에 화분을 비치하고, 공영주차장 내에 꽃 화단을 조성하는 등이다. 전국체전 등의 큰 행사 때 보아왔던 도시 꾸미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연꽃단지와 농업생태공원 조성 등의 계획도 있긴 한데 이 역시 다른 도시에서 흔히 봐왔던 것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에서 쉽게 꽃을 접하게 되는 것은 정서순화를 위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꽃바구니와 화분 등으로 다리와 가로등, 도로변 등을 장식하는 것은 수없이 보아왔다. 지금도 다리 난간을 꽃바구니로 장식해놓은 곳이 적지 않다. 외국여행에서도 삭막한 콘크리트 다리나 오래된 목재 건축물 등에 꽃바구니가 걸려 있는 것을 보면서 아름다운 도시라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환경과의 조화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있을 자리에 있어야 그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휘한다. 공연히 협소한 공간에 화분 등을 가져다 놓았다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관리도 문제다. 도로가 등지에 놓여 있는 화분은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관리비용도 많이 든다. 예산낭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주차공간 부족난을 겪고 있는 공영주차장과 접객업소에 꽃장식을 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도 되짚어보아야 한다. 정책의 시급성도 짚어보아야 한다. 꽃으로 환경을 꾸미기 보다 미세먼지 감소라는 훨씬 절실하고 실질적인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울산은 산과 들이 도심 가까이 있는 도시다. 도심이 삭막하긴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나무와 꽃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주민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꽃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면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 없이 예산을 쏟아붓는 꽃도시 조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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