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은 출발 전부터 들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걸어가본 경험을 자랑하거나, 아는 이모가 일하는 곳이라거나, 면담 질문을 뒤로 한 채 시식 코너를 5개 섭렵했다거나 무용담을 늘어놓기 바빴다. 수업하기도 전인데 동기유발은 충분한 셈이다. 이동은 순조로웠다. 벚꽃은 여느 노래처럼 이미 엔딩을 맞았지만 하천 인근에 솟아오르는 신록은 재잘거리는 아이들처럼 푸르렀다. 식물의 한살이 이야기도 나누며 걸으니 벌써 도착이다. 때맞춰 문을 연 대형마트는 한산한 편이었고 다행히도 답사 새내기인 아이들에게 면담과 견학의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4학년 1학기 사회 교과 내용으로 지난주 4학년 학생들과 다녀온 우리 고장의 중심지 답사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가까운 롯데마트를 여천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 그 일대를 둘러보고 중심지의 특징을 살펴보는 활동이다. 이 활동은 과정중심평가와 연계하여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내용으로 운영된다. 과정중심평가란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에 중심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다. 학습목표의 성취 여부를 평가하는 결과평가가 아닌, 학습 과정에서 학습자가 보이는 여러 가지 변화와 성장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그러므로 ‘맞고 틀린’ 것이 없다. 다만 서로 ‘다름’이 있을 뿐이다.

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로 작년부터 축소된 중간·기말고사 형태의 성취도 평가는 초등의 경우 올해 전면 폐지됐다. 대신 내실 있는 과정중심평가 운영으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번 답사 역시 과정중심평가의 일환이다.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 나누고, 눈으로 확인하며, 몸으로 경험한 산출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알게 된 것과 느낀 점을 나누는데 1시간이 부족할 정도였고, 보고서에는 각자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쇄해 붙이며 나만의 스토리를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과정은 예전에 시험에서 보았던 4지선다 문항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고, ‘보기’가 설명하는 것을 외워서 쓸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는 있을 수 있지만 ‘틀린’ 보고서는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 각자의 경험과 개성으로 표현한 값진 창작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수십년동안 달력에도 없는 시험기간을 정해 요점정리와 문제풀이에 매달렸다. 반평균에 예민해하며 평균 점수 이하 아이들에게 보충 수업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불과 얼마 전의 내 모습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가?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맞고 틀림에서 벗어나 학생 모두가 각자의 배움으로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솔직히 아직은 ‘맞고 틀림’이 익숙함을 고백한다. 그래도 변화에 발맞추려 노력 중이다. 손뼉이 절로 쳐지는 아이들의 발표를 듣고 싶고, 온 신경을 집중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싶고,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가고 싶기 때문이다.

새삼 학생들의 ‘다름’을 존중하며 매일을 연수와 연구로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김서영 동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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