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수 시조시인

재 넘어 양지마을 김 씨 집 돌담 곁에
작년에 내 마음을 가져간 여인이
자줏빛 자궁 문 열고 하혈 펑펑하고 있다

지난 봄 ‘양지마을 돌담 곁에’ 핀 목련은 햇살보다 더 눈부셨다. 잎보다 먼저 피는 이 꽃은 1억4000만 년 전 백악기 화석에서 발견될 만큼 뿌리가 깊다.

시인은 이 꽃을 ‘작년에 마음을 가져간 여인’이라 했다. 꽃봉오리가 점점 부풀어 팡팡 터지는 장면을 여인의 하열로 의인화 해 상상의 나래를 폈다.

나무는 계절에 민감하다.

내년에 피울 꽃과 잎을 위해 여름부터 채비를 서두를 터. 찬바람을 견디고 매서운 겨울을 건너뛰어 다시 올 봄날을 기다리며 생명의 씨눈을 키워 갈 것이다.

이 봄을 추억 할 자줏빛 그 이름, 목련을 기억하며.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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