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울산국제영화제, 최고경영자 제도 제언

▲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영화산업 대중성·산업성 강해
영화제에 최고경영자제 도입 관심
예산등 운영책임 뚜렷하게 하고
합리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유도

1999년, 영화진흥법 개정으로 국가 주도의 영화진흥공사가 민간 주도의 영화진흥위원회로 전환되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후 한국 영화계는 질적·양적 팽창을 거듭하며 현재 산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전세계의 유의미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995년 지자체 제도 시행 이후 각 지방정부는 지역의 문화예술 고취를 위한 일환으로 다양한 축제를 만들어내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기대했는데, 축제 조직의 주체를 두고 민간 주도인가 관 주도인가에 따라 결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민간 주도의 전주국제영화제와 관 주도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비교 연구된 바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민간 전문가들이 직접 정책을 결정함에 따라 일반시민과 영화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반면, 민간 주도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관 주도로 진행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집행과정에서 독단 운영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나오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18일 울산시에서는 내년 10월 제1회 개최를 목표로 (가칭)울산국제영화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이 같은 연구용역은 이례적인 것으로, 민간 주도에 비해 조직·집행위원회의 구성과 영화제 개최 진행과정이 속행된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용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시민들의 집단지성과 영화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용역을 지켜 볼 자문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제언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영화인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자문이란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를 가진 이들이 그들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통하여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국내 영화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울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업향방과 울산의 문화예술 및 행정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세계적으로 국제영화제의 최고경영자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영화가 타 문화예술 분야에 비해 예술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과 산업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화는 작품 완성을 위해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다르고, 시의성 반영이 무척 중요하며, 이러한 영화예술의 집합체인 국제영화제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만큼 운영에 대한 책임 여부가 분명해야 한다.

민주적인 결론 도출을 위한 지난한 과반수 결의는 문화정책 실천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국제영화제의 최고경영자 제도는 합리적인 ‘패스트 트랙’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우 임명된 최고경영자 제도로 정책의 결정과 진행이 빠른 반면, 영화진흥위원회는 공사에서 위원회로 전환된 이후 영화산업의 확장을 가져왔으나 홀수 전문위원의 과반수 규칙에 얽매여 사업추진 속도가 늦고, 책임 소재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랑스국립영화센터(CNC)와 영국영화진흥원(BFI) 등의 문화행정 조직체계는 톱다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최근 프랑스의 국제영화제는 전문기업에 영화제를 위탁함으로써 전문성을 추구하는 추세이다. 울산국제영화제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전문성과 행정력을 겸비한 최고경영자 제도 도입을 고민해 봄직하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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