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표제음악이란 음악을 작곡할 때 어떤 주제나 내용을 표현하거나 암시하여 그 곡이 무슨 내용인지 알게 한 곡을 말한다. 그래서 표제음악이란 말은 절대음악의 반대말로 의미가 굳어져 있다. 절대음악이란 어떤 의미나 암시를 하지 않고 음과 음의 의미로만 순수하게 음악을 전달하는 곡을 말한다. 이렇게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은 상대 또는 반대 개념으로 회자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음악 역사에서 기악곡이 작곡되기 시작하면서 ‘순수음악’, 즉 ‘절대음악’ 개념이 지배했다. 그러나 표제가 붙지 않은 순수한 기악 음악이지만 숲속의 고요함을 느끼거나,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것이 연상되는 등 음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739년 헨델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Israel in Egypt)’에서는 역병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성악곡의 경우 가사가 이미 그 곡의 내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분류적으로 보면 당연히 표제음악이다.

그 표현이 표제음악과 다르지 않아서 절대음악 속에서도 표제음악이 존재했고, 이러한 표제음악은 바로크 시대까지 절대음악 안에서 별 개념 없이 계속 발전하다가 베토벤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의해서 확실하게 표제음악이라 칭하게 됐다.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에 ‘전원’ ‘영웅’ ‘합창’ 등의 이름을 붙였다. 이후 표제음악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1821년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단일악장으로 된 소협주곡 ‘콘체르트슈튀크(Konzertstuck)’와 1830년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작곡한 ‘환상교향곡(Symphonie)’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렇게 분류를 하다보면 절대음악이나 순수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표제나 해설이나 프로그램 노트가 없는 곡을 듣고 그 어떤 상황이나 장면을 유추할 수 있으면 표제음악으로 분류될 수도 있고, 표제음악도 그 음악의 표제나 해설을 듣지 않고 순수하게 들었다면 그 곡이야 말로 절대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추천음악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1812년 나폴레옹은 60만의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략하여 모스크바를 점령하나 러시아의 반격과 러시아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굶주리다가 퇴각한다. 서곡 ‘1812년’는 바로 이 역사적 사실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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