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주도 경제정책
소득 불평등 되레 키우고
기업 경영 어렵게 만들어

▲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4월 경제상황이 ‘대내외 수요가 위축 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개선 추세의 경제는 지난해 11월부터 연속 ‘경기둔화’라고 했던 것을 5개월 만에 ‘경기부진’이라 하면서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이는 경기 흐름을 이끌어가는 생산, 투자 그리고 소비와 수출 등의 각종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2월 생산은 전달대비 1.9%, 설비투자는 10.4%, 소매 판매업은 0.5% 하락하는 소위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월 실업률은 19년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수출마저 주력품목(반도체·석유화학 등)이 부진하면서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하강국면이다.

이러한 가운데 울산지역의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1월1일 기준 울산의 공시지가 상승률이 작년 땅값 상승률보다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공시지가는 전년대비 5.4%, 땅 값은 2.65%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은 서민들의 각종 조세 부담률이 높아지는 민감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산정기준이나 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울산 원도심의 상가들은 15%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의 부진과 이에 따른 인구유출 등이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은 무려 13.63%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심지어 ‘역전세난’도 심각하다.

울산의 제조업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조선업의 불황과 함께 쓰나미처럼 밀어 닥친 대량 구조조정으로 울산의 산업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우리나라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동시장의 정치적 불안 등에 있다. 이같은 세계 경기 위축은 우리나라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은 어떤가 살펴보자. 작년 실업자 수는 107만3000명에 육박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특히 40·50대 고용률이 전년대비 0.4%, 0.1% 각각 감소했다. 울산은 제조업의 장기 불황으로 특히 청년실업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중년층 취업자 수도 급감하면서 경제의 허리가 붕괴되고 있다. 실업자 수는 전년대비 34.8% 급증했다. 이는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와 울산의 중소제조업 및 경기부진으로 인한 건설업종, 도소매, 음식, 숙박업종의 실업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지표의 불안은 세계경제 환경 탓도 있겠지만 정부정책의 오류에서 찾는 것이 맞을 듯하다. 현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은 소득주도 정책이다. 임금의 인위적 상승을 통해 소비증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정도는 민간기업을 통한 시장원리에 따라 창출되어야 맞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기업이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각종 규제개혁이나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룰을 정해주는 역할 등을 말한다. 결국 민간기업이 성장·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그 고용은 다시 기업을 성장시켜 시설 및 설비 투자가 이루어지게 하는 순환구조다.

지금은 관이 소득주도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상승시키고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기업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형국이다. 더욱이 관이 주도하는 고용은 정부 산하 기관의 공무원 증원이나 고령자의 불안정한 임시 일자리 수준을 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 우리 경제 여건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소득격차는 엄청나다. 상위20%와 하위20%의 격차가 무려 13배나 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 정부의 근로자 소득 증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커져 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참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시점의 가장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대타협의 성과는 제로라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소득주도 경제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정말 한국 경제에 미래는 있는 것인가? 심환기 전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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