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최초로 들어서게 되는 국립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어왔으나 60여년이 지나도록 국가가 조성한 시설이라고는 울산미포공단과 온산공단 2곳의 국가공단 뿐이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은 문화복지시설은 한 곳도 없다. 수년전부터 산업기술박물관과 산재모병원이 적극 추진돼 왔으나 번번히 구두선에 그쳤다. 국립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25일 울산지역 노사단체가 송철호 울산시장을 면담하고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화상치료센터와 수지접합센터 등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재활을 위한 산재전문연구기관 설치도 요구했다. 이날 면담에는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류기석 울산·양산 경영자총협의회 회장 등 노사단체 대표들이 고루 참석했다. 제대로된 국립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데 노사가 따로 없음을 보여준 것은 다행이다.

앞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울산국립병원설립추진위원회는 “300병상의 산재병원으로는 시민들의 기대를 담아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의 요구는 500병상으로 규모를 키우고 산재과목 위주에서 탈피, 제대로된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대학병원이 생기면서 울산의 의료수준이 크게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턱없이 못미칠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동쪽에 치우쳐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전국 최고의 산업도시인 울산에 여태 산재병원이 없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첫 국립병원을 설립하면서 산재환자만 이용하는 시설로 국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당연히 울산시민의 주요 사망원인인 심장질환·뇌혈관질환·폐암은 물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전염질환도 관리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돼야 한다. 장애어린이재활센터, 중증장애인구강진료센터, 화상전문센터 등 국립이 아니고는 운영이 불가능한 시설들도 있어야 한다. ‘산재병원’이 아니라 ‘산재전문 공공병원’이라는 지금까지 없던 이름을 붙인 취지가 바로 이같은 요구를 담아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울주군 굴화로 결정된 부지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지금의 예정대로라면 주공아파트 단지와 함께 조성돼 매우 혼잡할 뿐 아니라 확장 가능성도 없다는 근본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공병원 부지 선정이 아파트 설립의 면제부가 돼 시민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형식만 갖춘 병원이 탄생하는 결과가 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립병원 설립의 첫단추를 끼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첫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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