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피해자와 공모해 벌인 자작극” 주장…피해자는 ‘공모’ 부인

필리핀에서 우리나라 교민을 납치해 가족에게 몸값을 받아낸 혐의로 30대 한국인이 붙잡혔다.
 
27일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과 소식통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지난 22일 납치 강도 혐의로 우리나라 교민 A(34)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필리핀 북부 메트로 마닐라에 있는 마카티시에서 다른 교민 B(26) 씨를 납치, B 씨 부친으로부터 1만7천 달러(약 1천900만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납치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23일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 B 씨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3월 27일 한국에 있던 B 씨 부친에게 영어로 몸값 500만 달러(약 58억원)를 요구하는 협박 문자가 왔다. 

한국대사관은 이에 따라 현지 경찰 납치범죄수사국에 신고하고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수사팀 등과 공조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필리핀으로 급히 간 B 씨 부친은 지난 8일 납치범이 요구하는 대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해 1만7천 달러를 보냈지만, B 씨는 곧바로 풀려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경찰이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출석을 요구한 뒤인 지난 22일 B 씨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며 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같은 날 밤 자수형식으로 체포된 A 씨는 “B 씨와 함께 가족에게 돈을 받아내려고 3개월 전부터 공모해 벌인 납치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 씨는 “A 씨가 계획적으로 납치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부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우리 국민의 실종 및 납치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즉시 현지 경찰당국에 신고하고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며 현지 입국 가족들에 대한 지원 등 영사조력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경찰이 피해자 및 용의자 신병을 확보해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는 만큼, 상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수사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우리 국민들에 대한 필요한 영사 조력도 적극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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